‘임시’ 봉합된 대우조선 사태… 생태계 살려야 기업도 산다[광화문에서/김창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일 03시 00분


김창덕 산업1부 차장
김창덕 산업1부 차장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의 옥포조선소 1독 선박점거 농성이 지난달 22일 끝났다. 하청지회가 점거를 푼 날 밤 대우조선은 바로 진수작업을 재개했다. 조선소는 점차 정상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다. 대우조선의 8000억 원대 피해, 조선소 내 직원들 간 반목 등의 큰 상처가 남았지만.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다. 재발 가능성이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가던 지난달 20일경 경남 지역의 조선 하청업체 A사 측이 건설인력 매칭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 B사에 연락해왔다. B사는 보증보험 기관과 연계해 안정적인 인건비 지급을 대행하고 그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A사는 다른 협력사들처럼 고질적인 현금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었다. 금융권 대출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신생기업에 불과한 B사에라도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하청업체들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A사 임원은 B사 측과 만난 자리에서 “대우조선 사태는 해결된 게 아니라 잠시 미뤄진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대우조선 협력업체를 운영하다 사업을 접고, 최근 다른 조선사 일감을 받는 A사에 합류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대우조선 협력업체들의 경우 8년 차 근로자 평균 월급이 약 220만 원으로 타 조선 협력사 대비 10∼20%가량 낮다.

대우조선의 좋지 않은 경영 상황이 하청 근로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워낙 대우조선 비용계획을 타이트하게 잡기 때문에 하청업체들에 내려가는 기성금(공사대금)도 빠듯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대우조선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파업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말이, 협상 타결 후에도 “언제라도 다시 반복될 일”이라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던 배경이다.

물론 이런 구조적 문제가 ‘불법’ 파업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법을 위반한 하청지회 소속 파업 근로자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후조치만으로는 반복되는 하청업체 직원들의 단체행동을 막기 어렵다.

현재 조선업계 최대 이슈는 생산인력 확보다. 수주잔액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인력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 부각될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들도 ‘쿼터제’에 막혀 채용이 쉽지 않다. 협력사 생태계의 균열이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는 하청업체 직원이 1만1000여 명으로 대우조선 정규 직원 9000명보다 많다.

하청업체들도 최소한의 이윤을 남겨야 존속할 수 있는 ‘기업’이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7곳은 경영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폐업했거나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파업 영향도 컸지만 하청업체 상당수의 현금 흐름이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대로 생태계가 망가지면 복원하는 길은 훨씬 멀고 험난하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재매각하든, 분리 매각을 추진하든 우선 과제는 기업 정상화다. 그리고 그 정상화의 범위에는 하청업체 생존이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대우조선#금속노조#하청업체#산업은행#조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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