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5988명의 마약류 관련 사범이 검거됐다고 경찰청이 그제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 증가했다. 마약 사범 6명 중 1명인 991명이 초범이었고, 3명 중 1명인 2169명은 10, 20대였다. 특히 3년 만에 10대는 2.1배, 20대는 1.6배 각각 늘었다. 지난달 서울경찰청장은 “최근 마약 사범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초범이 증가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집중 단속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마약 사범의 연소화와 초범 비율 증가는 심각한 위험 징후다. 과거엔 재범, 3범 이상의 40대 연령별 비중이 높았다. 그런데 3년 전 30대가 40대의 비중을 넘어서더니 2년 전엔 20대가 30대를 추월했다. 올해 상반기엔 20대의 비중이 30, 40대를 합친 것만큼 커졌다. 게다가 10대 청소년 마약 사범은 10년 사이에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 번 마약에 손대면 재범을 하는 비율이 40% 안팎인데, 이런 추세를 꺾지 못한다면 젊은층의 마약이 전 세대로 눈덩이처럼 번질 수 있다.
신종 마약의 유입과 마약 유통 경로의 다양화로 적발되지 않은 마약 사범이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3년 전부터 기호용 마리화나를, 태국이 올해 6월 대마초를 각각 합법화하면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신종 마약을 몰래 들여오는 수법이 생겼다. 젊은층은 다크웹과 가상화폐로 마약거래를 해 추적 자체가 쉽지 않다.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숨은 마약 사범을 줄이기 위해 단속 기법을 다양화하고 정교하게 해야 한다.
경찰 등 10여 개 정부 기관으로 구성된 마약류대책협의회는 2년 전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는 문제 인식을 토대로 마약류 관리를 하겠다”며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놨다. 최근 마약 사범 통계는 신생 마약 유통 경로 차단과 젊은층의 마약 진입에 이 대책이 효율적이지도, 충분하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처럼 사회도 마약에 한 번 중독되면 백약이 무효일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