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승헌]尹은 꼭 무교동 북어국집에 가야 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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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넘어 대통령다움을 원하는 게 민심
내 의지와 달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국정해야

이승헌 부국장
이승헌 부국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월요일(7월 25일)에 참모들과 용산 인근이 아닌 서울 중구 무교동 단골 북어국집에서 번개 점심을 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도 들렀을 정도로 좋아하는 곳이다. 점심 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과 식사를 기다리는 사진을 공개했다. 9000원짜리 점심 먹는 대통령의 소탈한 행보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이 식당은 평일 점심에는 줄을 길게 서는 곳으로 유명하다. 일요일 아침에도 줄을 선다. 이 식당을 종종 이용하는 필자는 대통령이 어떻게 평일 점심에 이곳을 이용했을까 궁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는 줄을 서서 이 식당에 들어갔다. 며칠 뒤 식당에 가 봤다. 카운터 뒤편 한구석에서 대통령 일행이 식사를 했는데, 경호팀이 식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미리 와 자리를 정리했다고 한다. 한 종업원은 웃으면서도 “아휴, 그날 점심 장사는 별로였다”고 했다. 워낙 장사가 잘되는 가게지만 아무래도 평상시보단 북어국을 덜 팔았다는 것으로 이해됐다.

필자는 북어국집에서 새삼 30%대가 무너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버랩됐다. 자신과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가 다를 수 있음을 인식하는 정치적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검사 시절 부하들과 밥자리를 즐겼던 윤 대통령은 좋아하는 국밥 한 그릇 하러 간 것이겠지만 사람들이 온전히 다 그렇게 생각할까. 일부는 서민 행보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민 코스프레로 여길 수도 있다. 민심 탐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으나, 대통령이 룸 있는 식당 놔두고 왜 무교동 골목까지 와 주변을 번거롭게 하느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밥 한 그릇 먹은 걸 공감 능력으로까지 연결짓느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이는 한국 보수 정치권의 오래된 취약 포인트다. 보수는 진보 진영에 비해 바닥 민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 유독 약점을 보여왔다. 아무래도 정치 입문 전 직업과 무관치 않다. 판사 검사 장차관 장성…. 갑(甲)의 위치에 있다 보니 상대방 반응에 눈치 볼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다. 정치한다고 체질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는 한국이 경제 안보적으로 중차대한 도전에 처해 있는데 대통령은 뭐를 하려는지 알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이런 위기에 불안해하는 민심에 공감하면서 검사 티를 벗고 대통령으로서 프로페셔널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지지층 상당수가 대선 때나 지금이나 공정과 상식 회복,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각종 비정상적 조치에 대한 시정을 원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물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은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은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울트라 스텝 등 생소한 경제 용어가 일상화되며 우리 삶의 근간이 뒤흔들리고 있다. 대선 전 민심은 ‘검찰총장 윤석열’을 뽑았더라도 지금은 대통령다운(presidential) 모습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 2022년 8월 지금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소명은 ‘때려잡자 문재인’인가, 아니면 민관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 경제 안보 위기를 극복해 보수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인가.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민심의 기대를 제대로 읽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무교동 북어국집#대통령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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