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계의 저탄소 전환 지원을 명분으로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여 조성한 기후대응기금을 공공기관 단장과 같은 엉뚱한 정부 사업에 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그제 개최한 토론회에서는 지난 정부가 신설한 기금의 사용처에 관한 산업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기후대응기금은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과 환경 관련 세금으로 조성하는데 올해 예산 규모는 2조4500억 원이다. 이 중 탄소배출 저감 신기술 개발에 배정된 예산은 22.4%인 5482억 원에 불과하다. 대신 공공건물 ‘그린’ 리모델링에 2245억 원, 정부 청사 노후시설 정비에 275억 원, ‘그린’ 교정시설 조성에 88억 원, 공공시설 옥상 녹화에 27억 원의 예산이 잡혀 있다. 정부가 기금을 만들며 제시했던 친환경 산업 육성이나 탄소중립 연구개발 기반 강화와는 동떨어진 사업들이다. 왜 지방정부나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할 사업들에 기업들 돈으로 생색을 내나.
기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것 못지않게 성과 관리를 하지 않아 허투루 쓰일 가능성이 큰 것도 문제다. 정부는 조 단위 기금을 조성하면서도 기금 집행 사업을 ‘성과 관리 비(非)대상’ 사업으로 지정했다. 기금은 기획재정부가 총괄하지만 집행은 13개 부처가 한다. 기재부는 집행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13개 부처는 ‘우리 부처 예산이 아니다’는 이유로 성과 관리 비대상으로 분류했다고 한다. 성과 중심 재정 운용 원칙을 규정한 국가재정법 조문도 지난해 말 폐지돼 기후위기를 핑계로 만든 기금을 정부가 쌈짓돈 쓰듯 해도 견제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해외 선진국들은 기후위기 극복과 신산업 창출을 위해 탄소중립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중이다.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따라잡고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상향 조정한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후대응기금은 목적에 맞게 기업들의 탄소 감축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성과 관리체계를 마련해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