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펠로시 대만行에 美中 일촉즉발… 살얼음판 위에 선 韓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4일 00시 00분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나의 방문이 美 고위급 추가 방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나의 방문이 美 고위급 추가 방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타이베이=AP 뉴시스
대만 방문을 전격 강행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어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회담하고 입법원(의회) 지도부와 만났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양국 간 교류 확대와 반도체 분야 협력 강화 뜻을 밝혔다. 중국을 향해서는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중국이 대대적인 실사격 군사훈련에 들어가고 미국이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항공모함과 전투기를 급파하는 일촉즉발 상황에서 이뤄졌다. 우려했던 양측의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을 포위한 구도에서 고강도 해군, 공군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향해서도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간 대치는 무역과 첨단기술을 넘어 전방위로 확장된 전략 경쟁이 어떻게 무력 충돌의 위기까지 치달을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신흥 도전국과 기존 패권국의 경쟁은 불가피하게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중국은 100여 곳의 대만 식품업체 제품 수입을 잠정 중단하고 건축, 철강 제조에 쓰이는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하며 사실상의 경제 보복도 시작했다.

최악으로 치닫는 미중 갈등은 한국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만해협의 위기 앞에서 당장 북핵 해결은 뒷전으로 밀리고 미국으로부터 동맹의 책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유사시 주한미군의 차출, 한국 내 중거리미사일 배치는 물론이고 더욱 곤혹스러운 선택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경제 분야에서도 ‘칩4’ 동맹을 비롯해 대만과의 양자, 다자 협력에서 고민할 변수들이 늘어나게 됐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 직후 찾은 순방국이다. 격앙된 중국 반응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미국과의 협력을 차분하게 논의하되 대외 메시지 발신에는 한층 신중할 필요가 있다. 원치 않는 외교 분쟁이나 갈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진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이다.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과 반도체 안보 위기 등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도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치밀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한 대미, 대중 외교가 더 절실해졌다.
#펠로시#대만방문#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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