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약효 다한 ‘中企 적합업종’ 폐지하고 새로운 대안 찾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0시 00분


한국개발연구원(KDI) 세종청사. 뉴스1
한국개발연구원(KDI) 세종청사. 뉴스1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11년 전 도입된 ‘중기 적합업종제도’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점진적 폐지를 제안했다. 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기대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근로자 임금만 낮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도입된 중기 적합업종제에 따라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을 지정하면 해당 분야에 진출한 대기업은 3년간 사업 확장을 중단하거나 철수해야 한다. KDI는 두부, 김치, LED 조명, 중고차 판매 등 그동안 지정됐던 110개 업종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관련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퇴출이 줄었지만 기업들의 1인당 인건비는 지정 후 1.3% 감소했고 생산성, 고용 개선 효과도 없었다. 경쟁이 약화되자 기업들이 임금을 낮췄다는 뜻이다.

적합업종제의 문제점은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2012년 LED 조명이 적합업종에 지정된 뒤 대기업들이 손을 떼자 중국, 미국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장악했고 한국 중소기업은 불과 10분의 1만 살아남았다. 2013년 지정된 중고차 판매업의 경우 2019년 해제됐지만 이후 3년간 결정이 미뤄지다가 올해에야 대기업의 진출이 허용됐다. 그 사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중고차 거래시장 활성화도 지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제 약자를 지원한다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특정 업종에 울타리를 쳐 규모가 작은 기업만 플레이어로 뛰게 하는 정책은 시장을 약화시킨다. 투자가 줄어 산업 성장이 지체되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도 어렵게 된다. 소비자들 역시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기회를 잃는다. 중기 적합업종제도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로 평가된 만큼 정부는 시장 경쟁을 촉진하면서 중소기업의 성장을 도울 실효성 높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기 적합업종제도#폐지#새로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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