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尹-펠로시 만남 대신 통화… 의전 혼선 드러낸 ‘중추국가’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5일 0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오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전화 통화를 갖고 미 의회 대표단의 방한을 환영했다. 특히 대표단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에 대해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만을 전격 방문해 중국을 강력 비판했던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한에선 북핵 위협에 맞선 확장억지 강화 등 대북 메시지에 주력했다.

윤 대통령이 휴가 중에 펠로시 의장과 통화한 것은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미중 간 정면대결 국면에서 자칫 대외적 오해를 낳아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휴가를 취소하고 서울에서 머물던 윤 대통령으로선 동맹국 의회 수장을 외면하기도, 일부러 나오기도 어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나지 않는 것 자체가 ‘중국 눈치 보기 아니냐’는 논란을 낳자 의전상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그제까지 대통령실이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혼선을 빚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초 만남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깜짝 만남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만남을 조율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가 다시 “조율 과정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어제 오전에야 두 사람의 통화 계획을 알리며 “우리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거센 반발과 함께 대만해역을 군사적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었다. 중국은 어제 대만을 해상과 공중에서 사실상 봉쇄하는 군사훈련에 들어갔고 무력충돌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이런 대결 국면은 한국에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더욱이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관계 재정립을 추진하는 정부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신냉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대결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로선 가까운 이웃이자 최대 교역국과 척을 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치밀한 대외전략 아래 무겁게 움직여야 한다. 의전 문제를 놓고도 그때그때 기류나 주변 입방아에 흔들리는 모습으론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목표도 무색해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낸시 펠로시#통화#중추국가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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