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을 ‘예술’로 만들기[내가 만난 名문장/캐슬린 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8일 03시 00분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예술법 전문)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예술법 전문)
“나는 해가 뜨면 일어나서 아침을 만들고, 하루 종일 걷고, 아주 단순하고 육체적인 방법으로 피로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나는 이 방식을 예술로 만드는 법을 찾아냈다.” ―리처드 롱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중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걷기’조차도 예술화한 사람이 있다. 개념예술에서 파생된 ‘대지 예술(land Art)’ 또는 ‘시스템 아트(System Art)’라는 예술 방식을 대표하는 영국의 시각예술가 리처드 롱이다.

롱은 1967년 어느 날 런던 워털루역에서 기차를 타고 낯선 외곽에 내렸다. 그러곤 무작정 들판으로 들어가 왔다 갔다 하며 계속 걸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들판에는 한 줄기 길이 만들어졌다. 그 길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롱의 첫 작품인 ‘걷기로 만든 길(Line made by walking)’이다.

롱은 자연환경에 손상을 가하는 인위적 방식의 예술 행태를 반대한다. 그 대신 단순한 사색으로서의 걷기를 통해 자연을 예술화한다. 처음부터 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 사람이 그 길을 걷지 않으면 그 길은 사라진다. 잠시 예술화한 길은 언젠가는 소멸되기에 기록해야 한다. 그 기록이 바로 롱의 시각예술이다.

이렇듯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면 삶 자체가 예술화된다. 예술적 삶이, 철학적 삶이 시작된다. 모든 창의적이고 혁신적 아이디어도 일상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때론 지루하다고 느끼는 출근하고, 일하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걷고, 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조차도 아름다워진다. 삶의 깊이는 훨씬 더 깊어지고 숨결마다 걸음마다 아름다워진다. 당신의 삶을 이미지나 영상으로 기록하면 시각예술이 되고, 글로 기록하면 문학이 된다.

#일상#의미부여#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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