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질문했다. 여섯 살 여자아이인데, 친구들 앞에서 지나치게 예쁜 척, 잘난 척을 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은 그래도 어릴 때부터 만났던 친구들이라 좀 받아주는 것 같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친구들이 싫어할 것 같다고 걱정을 했다.
우선 말해두고 싶은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나를 똑똑하다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예쁜데도, 똑똑한데도 다른 사람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면서 불행한 사람들도 많다. 자신에 대한 이런 긍정적인 생각은 아이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줄 소중한 자산이다. 이 아이는 자존감도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 아이의 사회성은 조금 걱정되는 면이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특히 또래 앞에서 지나치게 “나 엄청 잘하거든”, “나는 정말 예뻐”라고 말을 하고 그런 행동을 하면, 대부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는 그 점을 모르고 있다. 사회적 상황에서의 대인 민감성이 좀 떨어진다고 보인다. 자신이 그런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부모가 걱정하듯 또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상황일 때 부모는 참 곤란할 것이다. 왜냐면 어린아이한테 “너 솔직히 그렇게 예쁘지 않아. 너 그렇게 똑똑한 건 아니야”라고 말해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면 친구들이 싫어해”, “그렇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사람들이 싫어해”라고 말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이가 “나 예쁘거든, 난 너무 예뻐”라고 할 때, 어떻게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 부모라면 “예쁘지. 엄마는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네가 제일 예뻐. 그런데 여러 사람하고 있을 때 ‘나는 너무 예뻐’ 하고 말하는 것은 좀 조심해야 돼”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연히 아이가 왜냐고 물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정말 예쁜데, 자기는 안 예쁘다고 생각하기도 하거든. 그냥 그런 사람도 있어. 여러 사람 앞에서 ‘나는 너무 예뻐’ 하면 그 사람이 속상할 수 있어. 그래서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우리가 잘 생각해 봐야 한단다”라고 잘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그럼 발표할 때는요?”라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럴 땐 “발표할 때는 너에게 발표 시간이 주어진 만큼만 이야기하면 되지”라고 대답해주면 된다.
평소 아이와 대화를 할 때도 너무 외모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 갈 때 화려한 공주 드레스를 입고 가려고 한다. 그럴 때는 “이 옷은 정말 예뻐. 너하고 아주 잘 어울려. 그런데 유치원은 뛰어놀기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잖아.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어야 돼. 이 옷은 때와 장소에 안 맞는 거야. 그런데 우리 다음 달 할머니 생신 때, 맛있는 것 먹으러 갈 거잖아. 그날은 괜찮아. 그날 입고 가자”라고 가르쳐 준다.
아이가 “나 진짜 잘해”라고 할 때도 비슷하다. “맞아. 잘해. 네가 열심히 연습하니까 정말 잘하게 되었더구나. 아빠도 네가 그것을 참 잘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어떤 아이들은 잘 안돼서 속상해하기도 해. 그런 아이들 앞에서 ‘나는 너무 잘해’라고 말하면 그 친구들이 엄청 속상할 거야. 그 생각을 좀 하고 말할 필요는 있어.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는 발표할 때 말고는 나의 너무 개인적인 것 중에서 잘하는 것을 지나치게 오래 얘기하는 것은 좀 조심해야 돼. 대화를 할 때는 다른 사람과 비슷한 시간만큼 말하는 것이 좋거든”이라고 설명해준다.
아이는 “누가 ‘너 이거 잘해?’라고 물어보면?”이라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물어보면 네 의견을 얘기하는데, 그럴 때는 ‘내 생각에는 좀 잘하는 것 같아’, ‘좀 잘할 때도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 좋아”라고 일러주면 된다.
집단생활을 시작할 때는, 아이들에게 ‘one of them’, 집단 안에서는 자신이 여러 사람들 중에 그저 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도 가르쳐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여러 사람들 중 그냥 한 사람인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회성 발달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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