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선 정부가 가진 ‘정보’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 연달아 연출됐다. 첫 번째는 정부가 지난달 내놓은 ‘2022년 세제 개편안’이 발단이었다.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계층별 감세 규모의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서민·중산층의) 기준을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소득의 200% 이하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발표할 때는 150%였는데 이번에는 별 근거도 없이 200%로 상향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장면은 지난해 정부가 낸 사상 최대의 세수 추계 오차를 두고 벌어졌다. 국세청은 매년 자체적으로 연간 세수를 전망해 기획재정부에 참고자료로 제공한다. 국세청의 전망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이를 참고한 기재부가 경제성장률 등 여러 변수를 활용해 내놓는 세수 전망치만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그게 국가기밀이냐”고 물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기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해당하는 자료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장에서 거래를 하는 한쪽은 정보가 많은데 다른 쪽에는 없는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시장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보의 불균형이 국민과 정부의 관계 위에 덧씌워져도 문제가 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대리하는 정부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질 때 정부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정보가 국민이 아닌 공무원이나 정권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규모 감세를 골자로 하는 올해 세제 개편으로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이 2조20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의 세 부담 경감 폭보다 1조 원 많다. 중산층과 고소득층을 가른 기준은 ‘평균소득의 200% 이하’였다. 총 급여 7600만 원 이하를 받는 근로자들은 중산층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중위소득 150% 이하’가 기준이었다. 정부는 2020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서민·중산층 기준’이라며 150%를 적용했다. “중산층의 감세 혜택이 더 크다”고 밝힌 정부의 셈법을 짚어 보는 건 합리적 의심이다.
지난해 세 차례나 세수 전망치를 수정하고도 61조 원의 추계 오차를 낸 기재부는 모형 재설계를 포함한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세수 추계가 크게 빗나간 이유에 대해선 ‘경제지표 전망치 오차 확대’라고만 설명했다. 세간에선 해당 연도의 5월이 지나면 국세청의 세수 전망치는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해 7, 11월에 세수 전망치를 고쳤다. 국세청 전망치를 보고도 틀렸다면 그 이유를 따져 설명해야 한다.
장혜영 의원은 1일 기재부에 중위소득을 기준으로도 중산층의 세 부담 경감 폭을 분석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의 선한 의도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다만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선 숫자에 담긴 ‘꼼수’가 없다는 상호 신뢰가 먼저다. 사실에 대한 해석은 제각각이겠지만 사실에 붙은 의구심을 털어내는 건 정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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