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17일)을 계기 삼아 인적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무리 ‘한번 내 사람은 끝까지 믿고 쓴다’는 윤 대통령일지라도 취임 3개월 만에 받아든 지지율 20%대의 성적표 앞에 마냥 버티긴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 연달아 두 번씩 낙마한 교육부, 보건복지부 수장도 이젠 정말 찾아야 한다.
윤 대통령도 내각 면면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이 자리에 있는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관들이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설명하라는 주문이었다. 그러면서 이례적으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을 언급하며 “이 전 회장은 뒤로 물러서 있으면서 ‘스타 CEO’를 많이 배출했고, 그렇게 기업 가치를 키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앞선 비공개 회의 때도 여러 차례 ‘이 전 회장의 스타 CEO 군단이 삼성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듯 스타 장관들이 국정운영 동력을 찾자’고 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 발언 이후 장관들의 언론 노출 빈도는 확연히 늘었지만 정권 지지율은 도리어 더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까지 열고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빗대 파문을 일으켰다. 야권이 연일 사과를 요구하며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이 장관이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인정하기까진 꼬박 3일이 걸렸다. 이런 그를 두고 “역시 대통령과 충암고, 서울대 법대 라인으로 이어진 정권 최고 실세”란 말이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만만치 않은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야당 의원들을 향해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는 특유의 화법에 ‘속 시원하다’는 사람도 많지만 ‘인간미 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요즘 기업에선 자신에게도 약점이 있다는 걸 솔직하게 인정하고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이른바 ‘취약성(vulnerability)’을 좋은 리더의 필수 자질로 꼽는다는데, 한 장관에게선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법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솔직히 말로 싸우면 우리가 한 장관에게 밀린다. 그러니 자정 넘어서까지 계속 붙잡아두고 지치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밖에 초등 입학 연령 하한과 외국어고 폐지 등 준비 안 된 정책들만 졸속으로 줄줄이 던지다가 결국 취임 34일 만에 물러난 박순애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스타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윤 대통령이 벤치마킹하려는 이 전 회장은 인재 욕심이 각별했던 만큼 인재 감별법도 여러 기록으로 남겨뒀다. 그중 지금 정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 조언 몇 가지를 전한다.
‘학벌, 지연은 절대 못 따지게 한다. 삼성에서 동창회, 향우회 결성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2003년 동아일보 인터뷰 중)
‘지금 같은 정보사회는 휴먼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혼자 똑똑한 사람, 차가운 사람보다는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 함께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이 강점을 갖는 사회다.’(1997년 이건희 에세이 중)
‘사전 준비 부족, 안이한 생각, 경솔한 행동은 실패의 3요소다. 나는 이유 있는 실패는 반기지만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에 대해선 엄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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