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조만간 홍보라인을 교체하고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신임 홍보수석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첫 대변인을 맡은 김은혜 전 국민의힘 의원이 내정된 상태다. 강인선 대변인은 외신 대변인으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된다. 후임 대변인은 정무 감각을 겸비한 인물로 찾고 있다고 한다.
이번 개편안은 윤 대통령이 그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낮은 지지율에 대해 “조직과 정책들이 작동되고 구현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짚어나갈 생각”이라고 밝힌 후 첫 번째로 내놓은 조치다. 홍보수석과 대변인을 정권 출범 100여 일 만에 바꾸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정부가 좋은 정책을 내놓는데도 홍보가 잘 안 돼서 국정지지율이 낮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 신뢰도 하락의 주된 원인을 홍보의 실패로 봤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첫째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인사 실패다. 대통령실은 연이은 사적 인연 채용 논란을 자초했다. 교육부 장차관 자리를 교육 문외한으로 앉힌 결과가 ‘만 5세 취학’ 정책 참사다. 당 내분 사태까지 길어지면서 ‘경제 위기에 집권당이 권력 다툼이나 하느냐’는 성난 민심이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내리고 있다. 이대로 홍보만 강화한다고 지지율이 올라가겠나.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한다는 것도 국정 혼선에 대한 정확한 원인 진단에서 나온 조치로 보기 어렵다. 비서실장과 5수석이 책임의식을 갖고 제 할 일을 했다면 정책조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을 리 없다. 더구나 수석 자리 늘리기는 이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해온 ‘슬림한 대통령실’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현 정부의 위기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은 국정 목표와 실천 전략을 분명히 설명하지 못하는 데 있다. 학제개편 논란이나 주52시간제를 둘러싼 대통령실과 노동부 장관의 엇박자를 보면 정부조차 개혁의 방향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인사 시스템을 쇄신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국정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홍보 담당자를 바꾸고 늘려 봐야 떠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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