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묵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65)는 200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골프의학을 도입한 ‘그린 닥터’로 유명하다. 골프의학회 창립 후 회장을 맡았던 그는 8월 말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은퇴 후 골프 전문클리닉을 운영할 계획. 30년 직장생활을 마친 뒤 새 의욕을 보이는 원천을 묻자 대뜸 “자전거”라며 웃었다.
서 교수는 50대 들어 심각한 갱년기를 겪었다. “빨리 피곤해지고 근력도 떨어지더라고요. 짜증이 늘고요. 마침 붐이 일어난 자전거를 타면서 몸과 마음에 다시 에너지를 얻었죠. 성취감도 느끼고요.”
15년 넘게 혼자 또는 모교 서울 중앙고 모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저녁이면 1시간 반 동안 용산과 마포를 오가는 40km 한강 코스를 탄다. 주말에는 춘천 등 교외로 나가 70km를 달린다. 서 교수는 “서너 시간 라이딩을 하면 하체 지구력이 생긴다. 페달링은 허벅지 힘으로 하게 돼 무릎이 안 좋은 노년층에게도 좋고 심폐기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혈압, 혈당, 체지방량을 감소시켜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증을 조절하고 예방할 수 있다. 자전거를 1시간 탔을 때 소비되는 칼로리 양은 400∼700kcal 정도로 걷기의 4배에 이르러 다이어트도 된다. 시속 16km 정도로 30분간 라이딩한 후 10분은 쉬면서 허리, 손목 스트레칭을 해줘야 한다.
서 교수는 “타이어 두께가 얇은 로드바이크는 시속 40km까지 낼 수 있다. 아이들이 많은 한강공원에서 20km 제한 속도를 넘기면 대단히 위험하다”며 “급브레이크 사고에 따른 경추골절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도 여럿 봤다”고 지적했다. 전 사이클 국가대표 공효석은 “어려서부터 헬멧 필수 착용, 교통신호 준수, 배려운전, 수신호 등을 잘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안전재단에 따르면 2019년 보고된 자전거 행사 사고 495건 가운데 미끄러져 넘어져 발생한 사례가 160건(31.5%)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자전거, 자동차와 충돌이 109건(22.0%)이다. 사고 연령대는 40∼49세가 164건(33.1%)으로 최다.
지난주 출국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자전거로 달리고 있는 서 교수는 “하루 평균 80km를 탄다.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에 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남겼다. 유명 방송인 필 키오건은 “자전거는 허리 라인에도 좋고 지갑에도 좋다”고 예찬했다. 재미와 건강에 높은 ‘가성비’로도 가능한 자전거 타기. 그 효과를 느끼고 싶다면 ‘따릉이’부터 시작해 보시라. 물론 안전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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