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은 수익률 좋은 상품을 고르면 될까.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자신의 투자 스타일에 맞는 운용 방법을 찾는 게 보다 더 중요하다. 퇴직연금 가입자는 짧으면 몇 년에서 길면 20년 이상 운용해야 한다. 이렇게 장기간 운용하려면 자신에게 맞는 편안한 운용 방법을 찾아야 한다.
투자자의 스타일을 분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여기서는 퇴직연금 가입자의 특성을 반영해 2가지 기준을 적용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 기준은 ‘원금보장’과 ‘수익추구’다. 퇴직연금은 노후 생활비 재원이므로 원금을 지키며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원금보장형에 속한다. 반면 시중금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물가상승률이나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수익추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두 번째 기준은 ‘적극탐색’과 ‘소극관리’다. 좀 더 높은 금리와 수익을 주는 금융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이들은 적극탐색형에 해당한다. 반면 시중금리 변화와 수익률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웬만해서는 가입한 금융 상품을 바꾸려 하지 않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이 소극관리형에 속한다.
이 같은 2가지 기준을 적용하면 퇴직연금 가입자를 4가지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면 4가지 스타일에 맞는 퇴직연금 운용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STYLE 1] 적극탐색-원금보장형
원금은 지키면서 최대한 높은 수익을 내고 싶다. 이 스타일에 해당하는 사람의 속내를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이들은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는 실적배당 상품을 꺼린다. 하지만 원금이 보장된다고 해서 아무 상품이나 가입하지는 않는다. 조금이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이 있는지 찾아 나선다. 보수적이지만 적극적이다. 정기예금도 은행보다는 상호저축은행을 찾고, 보험사 신탁적립보험(GIC), 증권사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금리도 수시로 체크한다. 높은 금리를 준다면 예금자보호한도에 맞춰 자산을 나눠서 운용해야 하는 불편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 중에는 원리금 보장 상품에 대한 포괄운용지시를 해둔 이들도 있다. 포괄운용지시를 하면 가입한 금융 상품이 만기가 됐을 때 미리 정해둔 몇 개의 금융 상품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주는 것에 만기상환금을 예치해 준다. 하지만 지난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포괄운용지시는 금지됐다. 이제 만기가 됐을 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한 금융 상품이 만기가 됐을 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해둔 금융 상품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다만 금융 상품의 만기 이후 디폴트옵션이 적용되기까지 6주의 대기 기간 동안 만기상환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이렇게 만기상환금이 방치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만기 관리를 철저해야 한다.
[STYLE 2] 소극관리-원금보장형
이들은 원금 보장을 중요하게 여겨 원리금 보장 상품을 찾지만 금리에는 민감하지 않고 만기 관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여태껏 만기 관리를 소홀히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은 만기자동재예치 약정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같은 약정이 있으면 만기상환금을 종전과 같은 유형 및 만기 조건의 상품에 예치해 준다. 이때 금리는 재예치할 당시의 금리를 적용한다.
하지만 더 이상 만기자동재예치 약정만 믿고 있을 수는 없게 됐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서 만기자동재예치 약정도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제 만기상환금에 대한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문제는 이들의 성향상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디폴트옵션을 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적합한 디폴트옵션 상품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원리금 보장 상품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한 번 가입한 금융 상품을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고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같은 투자 상품이 의외로 적합할 수 있다. TDF는 가입자가 별다른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퇴직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알아서 조정해 주기 때문이다.
[STYLE 3] 적극탐색-수익추구형
이들은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직접 투자 상품을 발굴하고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의 자산 비중을 조정하고 상품을 바꾸기도 한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자산관리를 하는 까닭에 디폴트옵션이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반대로 이들은 디폴트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할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원하면 디폴트옵션 상품을 직접 매수하는 것을 ‘옵트인(Opt-in)’이라고 한다. 옵트인 방법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매수하려는 것은 수수료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디폴트옵션 상품을 활용하면 보다 공격적으로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주식형 펀드와 같은 위험자산에는 적립금의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위험자산 투자 한도는 디폴트옵션 상품에 적용되지 않는다.
[STYLE 4] 소극관리-수익추구형
이런 가입자들은 적립금을 운용해 남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투자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고 투자에 쏟을 시간은 많지 않다. 또 한 번 금융 상품을 선택하면 웬만해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투자 관리에 품이 덜 들어가는 자산배분형펀드가 적합하다.
자산배분형펀드를 선택할 때는 퇴직까지 남아 있는 기간과 투자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젊어서는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수익을 추구하다가 퇴직 시점에 맞춰 그 비중을 줄여 변동성을 낮추고 싶다면 TDF를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 않고 퇴직 시점과 무관하게 주식과 채권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싶다면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밸런스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밸런스펀드는 금융시장 상황과 자산가치 변동을 고려해 펀드가 알아서 자산 비중을 조정해 준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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