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높은 득표율에 가린 낮은 투표율의 경고 직시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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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이재명 의원은 21일 전남·광주지역 순회경선에서 78.8%를 득표했다. 전날 전북지역 득표율도 76.1%에 달했다. 그동안 누적 득표율도 78.35%로 상대 후보인 박용진 의원(21.65%)의 4배에 가깝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이 후보는 2015년 이후 실시된 당 대표 경선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27일 서울·경기 지역 경선에 이어 28일 최종 당선자를 발표한다.

이 후보의 독주는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이다. 직전 대선 후보로서의 높은 지명도와 열렬 지지층의 팬덤 현상이 그의 득표율을 견인하고 있다. 대선 패배로 침체된 내부 전열을 수습해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중량감 있는 후보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당원들의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에 맞설 만한 친문진영 중진들이 전대 출마를 포기하면서 이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는 현상은 더 가속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순회경선 권리당원 투표율은 대구(59.21%) 경북(57.81%) 부산(50.07%)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40%를 밑돌았다. 특히 권리당원의 36%가 집중된 호남권 투표율은 35.49%에 불과했다. 저조한 투표율은 이 후보의 독주로 흥행 요소가 줄어든 이유도 있을 것이다. 또한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이후에도 뚜렷한 반성 없이 ‘기소 시 직무정지’ 당헌 개정 논란 등으로 쇄신과 혁신의 모습이 사라진 데 대한 실망감이 투표 포기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결과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후보와 가까운 최고위원 후보들도 대부분 당선권에 들어선 상태다. 이변이 없다면 당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대부분이 친명 인사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건전한 비판과 견제가 사라지는 폐쇄적 순혈주의가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침묵하는 당원들은 물론 일반 민심과도 거리가 더 멀어질 것이다. 이 후보는 최고 득표율 이면에 가려진 낮은 투표율에 담긴 경고음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이재명#높은 득표율#경고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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