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밴드들의 ‘음악 침공’[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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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페스티벌’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오늘 원고의 주인공은 밴드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지만, ‘부산’이 주인공이기도 하다. 맞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그 부산이다. 인디 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고, TV와 라디오 바깥에 있는 새로운 음악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금 부산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도시가 됐다. 세이수미, 김일두, 해서웨이, 보수동쿨러, 소음발광,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검은 잎들 등 수많은 밴드와 음악인들이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낯선 이름일 수 있지만 이들이 지금 한국의 대중음악 생태계에 얼마나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1980년대 말 농담처럼 ‘부산 인베이전’이란 표현이 쓰인 적이 있다. 스트레인저, 디오니소스, 아마게돈 같은 부산 헤비메탈 밴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며 서울과는 또 다른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을 때다. 음악가와 그 음악을 향유하는 청중, 그리고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더해질 때 이를 우리는 보통 ‘신(scene)’이라 부른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신이 만들어졌던 흔치 않은 사례였다. 부산 밴드들의 기량은 출중했고 음악은 새로웠다. 그래서 이를 부산의 침공이라 불렀다.

앞서 ‘흔치 않은 사례’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서울 말고 지역에서 자생적인 신을 만드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대로, 음악을 하는 사람도 모두 서울로 올라왔다. 각 지역에서 이름을 얻은 다음에는 마치 그 지역의 대표가 된 것처럼 서울로 올라와 활동했다. 제2의 도시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 홍익대 앞에 인디 신이 만들어졌을 때 많은 수의 부산 밴드가 ‘상경’해 활동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부산 밴드들은 서울에 올라와 활동하지 않는다. 서울을 오가며 활동한다. ‘올라와’와 ‘오가며’는 명백한 큰 차이다. 이제는 부산에서 살고 부산에서 일을 하며 음악을 한다. 그 덕분에 또 한번 부산의 ‘신’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부산의 신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중요한 밴드들이다.

음악 스타일은 다르지만 과거의 음악을 가져다 자신들의 것으로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밴드가 함께 음반을 만들었다. 음반 제목은 ‘Love Sand’, 두 밴드의 대표곡을 붙여 지은 이름이다. 보수동쿨러의 몽환과 해서웨이의 낭만적인 그루브가 더해져 보수동쿨러가 해서웨이 같고, 해서웨이가 보수동쿨러 같다. 이질적이지 않고 찰떡처럼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 음반은 지금 부산이 얼마나 멋진 음악의 도시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수동쿨러와 해서웨이는 ‘페스티벌’이란 노래를 같이 만들며 “우리 함께면 모든 순간이 축제인걸”이란 가사를 썼다. 지금 부산은 많은 밴드가 함께하며 계속해서 축제의 순간을 만들고 있다. 흐뭇함과 함께 욕심도 생긴다. 이 축제가 부산 말고 더 많은 도시에서 벌어졌으면 좋겠다. 더 많은 음악의 침공을 상상한다.

#부산#밴드#음악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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