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에 치우친 고교 한국사 교육[내 생각은/신유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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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이순신 장군의 한산해전을 다룬 영화 ‘한산’이 ‘명량’에 이어 다시 한번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 주고 있다. 영화와 사극 등을 통해 우리 전근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달리 정작 우리 역사교육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근현대사 비중을 놓고 논란이 되었던 2015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개정은 결국 교과서의 75%를 근현대사(개항 이후의 역사)로 채우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결과 우리 학생들은 고대부터 조선 후기까지 약 1870년이 넘는 기간의 역사를 총 4개 단원 중 1개 단원에서 배우고, 나머지 3개 단원에서 근현대사를 공부한다. 이 정도라면 교과 이름이 ‘한국사’가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로 고치는 것이 타당한 수준이다.

역사 교과서 구성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의 내용 자체에 원인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국시대와 남북국 시대, 그리고 고려와 조선시대 모두 간략하게 훑고 지나가도 될 정도로 결코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교과 내용이 구성된 것은 결국 전근대 시기의 역사가 현실 정치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은 아닐까. 일제강점기의 역사는 친일파에 대한 비판에 유용하고, 광복 이후 현대의 역사는 민주화의 역사 또는 경제 개발의 역사 또한 어떤 정권에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현대사 이전의 역사는 지금의 현실 정치와는 시간적 거리가 크다.

교과서가 근현대사로 채워지다 보니 미디어가 아니고선 학생들이 전근대 시기의 역사를 접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요즘 대학에서 한국사 교양 수업을 하다 보면, 삼국의 수도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항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고구려가 왜 우리나라의 역사인지 설명할 수 있는 학생들은 찾기 어렵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 창제 외에는 배운 것이 거의 없는데, 근현대사에 나오는 일제강점기 일본 총독들의 이름과 정책들은 잘 알고 있다. 근현대사에 치우친 고교의 한국사 교육을 바로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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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 교육#근현대사#치우친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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