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인구 감소 시대, 농촌에서 길을 찾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03시 00분


청년과 IT, 역발상이 농촌 변화 이끌어
지자체는 각종 지원으로 청년 귀농 유도

박형준 경제부장
박형준 경제부장
온천의 나라 일본. 그런 일본이지만 이와테현 가와군 니시와가정은 2020년 말 남탕과 여탕, 휴게실, 매점, 주차장이 있는 온천 시설을 공짜로 민간에 넘기겠다고 공고했다. 2005년 7400여 명이던 인구가 공고 당시 5400여 명으로 줄어든 게 근본 이유였다. 온천 이용자도 줄다 보니 지자체는 이용료 300엔(약 3000원)으로 시설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적자가 쌓이다 보니 공짜로 내놓은 것이다.

공짜로라도 처분하고 싶었던 것은 온천 시설뿐만이 아닐 것이다. 마을의 매점, 식당, 상가 등도 매출 부진에 시달렸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이미 다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인구 감소가 지속되면 결국 지자체는 소멸하고 만다. 일본 정부는 “2040년 일본 기초지자체 1727곳 중 896곳이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고 2014년에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다. 지난해 처음 총인구(국내 거주 외국인 포함)가 줄어들었다. 첫 인구 감소 시점이 일본보다 16년 늦었지만 앞으로 감소 속도는 일본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지난해 0.81명으로 일본 1.34명보다 크게 낮았다.

줄어드는 인구를 갑자기 늘릴 묘수는 없다. 하지만 대도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킨다면 지방 인구를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방 소멸을 막고 국가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는 마당에 서울 사람을 지방으로 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 역시 아니다.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하던 2013년 1월에 취재했던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정의 사례를 소개한다. 노토정은 ‘깡촌 중의 깡촌’이었다. 마을에는 편의점이나 음식점이 전혀 없었다. 1박 2일 동안 머물렀지만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을 보지 못했다. 당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7%. 그런 시골 골짜기에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주민들이 일주일씩, 길게는 한 달씩 머문다. 해외에서도 여행이나 이민을 오는 경우도 흔했다.

노토정 주민이면서 마을 변화를 주도하고 있던 60대 다다 기이치로(多田喜一郞) 씨는 “깡촌이라는 게 바로 노토정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벼 베기, 과일 수확, 반딧불이 보기, 이글루 만들기 등이 노토정의 대표 상품이다. 그런 노토정을 온라인으로 알리고, 농가민박 예약을 받았더니 일본 국내외에서 이용객들이 몰려 왔다고 했다. 방학 때면 대도시 학생들이 단체로 찾아오기도 했다. 다만, 두 가지 유의할 점. 다다 씨는 “정보기술(IT) 능력을 가진 젊은이가 있어야 마을 변화를 이끌 수 있고, 각 가정집의 화장실과 욕실을 최신식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지자체들은 이미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대도시 청년들에게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며 귀농을 제안하고 있다. 경남 밀양시는 만 18∼40세를 대상으로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운영한다. 20개월 교육의 수강료는 전액 무료고 숙식도 지원한다. 충남 서천군은 만 18∼40세 도시 청년에게 초보농부 교육 훈련비 월 100만 원을 7개월 동안 지원한다. 만약 전국 지자체의 귀농 지원책을 알고 싶다면,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2022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를 방문하면 된다. 행사는 26일까지 열린다.

#인구 감소 시대#농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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