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 7월 ‘경제 형벌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2개월간 부처별 소관 법률을 검토해 어제 1차 개선 과제를 선정했다. 17개 법률의 32개 형벌조항을 뽑아 13개는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단순한 행정상의 의무 위반으로 봐서 형벌 대신 행정제재로 전환하기로 했다. 나머지 19개는 먼저 행정제재를 부과한 뒤 반복되면 형벌을 부과하거나, 형량을 합리적 수준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다가 적발될 경우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1억5000만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했지만 앞으로는 먼저 과징금을 부여해 한 차례 시정 기회를 준다. 그런 다음에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을 부과한다. 유흥업소가 호객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했으나 앞으로는 업소 등록취소나 영업정지의 제재를 부과한다.
중대하지 않은 경제범죄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응징보다는 결과의 시정을 중시해 주로 인신을 구속하는 형벌보다는 재산형벌을 가한다. 근래에 들어서는 액수도 얼마 안 되면서 전과의 낙인만 찍는 벌금형 같은 재산형벌보다 범칙금 등 행정벌금과 함께 등록취소 영업정지 등의 행정제재를 가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하에 경미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비(非)범죄화하는 추세다.
정부는 정부입법으로 가능한 개선 과제를 1차로 선정했다. 국회입법이 필요한 더 중요한 개선 과제는 12월까지 선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경제범죄에 대해서도 예방보다는 응징을 우선시해 인신을 구속하는 형벌이 많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도한 처벌은 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린다. 다만 경미한 경제범죄를 비범죄화할지라도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지 않도록 행정제재는 예방의 효과를 거둘 만큼은 강력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