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일자리 기여 1위’ 동맹 때린 ‘인플레법’ 불이익 재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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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구매자에게만 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다. 북미지역에 공장이 없는 한국으로선 매년 10만 대로 예상되는 전기차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미국의 인플레감축법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내 생산을 늘려 일자리를 확보하려는 취지다. ‘중산층을 위한 외교’를 내걸고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를 넘어 자국 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국내 여론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메리카 퍼스트’ 입법으로 한국 자동차기업은 큰 피해를 보게 됐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1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했지만 어처구니없이 뒤통수를 맞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5월 방한 때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나 ‘생큐’를 연발하며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인플레감축법은 국내산과 수입산의 차별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올해 미국에서 외국인투자로 생기는 일자리 중 한국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3만5000개로 세계 각국 중 1위였다. 그런 핵심동맹에 대한 차별적 조치는 재고해야 마땅하다.

우리 정부는 일단 미국 측에 최대한 법 집행의 유연성을 발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보다 당당한 대응도 필요하다. 유사한 입법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FTA 위반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면 WTO 제소는 물론 유럽 국가들과의 공조도 추진해야 한다. 특히 보따리 내주고 뺨 맞는 일이 더는 없도록 우리의 경제·통상 외교 전반을 재점검해 정부와 기업, 관련 단체가 한 몸으로 선제적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
#인플레법#아메리카 퍼스트#선제적 대응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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