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질문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다이슨 청소기다. 다이슨은 1993년 세계 최초로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선보였고 지금은 많은 기업들이 다이슨을 따라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로켓 비용을 줄여 인류가 우주여행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했다. 스페이스X는 실패를 거듭한 끝에 2015년 마침내 우주로 쏘아 올렸던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의 출발점은 최초의 도전적 질문이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4월 펴낸 ‘최초의 질문―기술 선진국의 조건’에서 “혁신적 기술과 상품은 예외 없이 조금 황당하고 불확실한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한다”며 “그 질문을 자기 검열 없이 주장하고, 조금씩 개선하고, 응용 분야를 바꿔 가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다 좋은 환경을 만나면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들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경쟁력과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인재는 꼭 필요하다.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회사에 호기심 많은 인재가 필요한 이유’에 따르면 호기심은 대안을 찾는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자극되면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깊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호기심 많은 리더가 부하 직원들에게 더 많이 존경받고 조직의 협업을 증진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의 관점에만 집중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도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에서 리더급으로 올라갈수록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을 넘어 한 차원 높은 경영적 질문을 던져야 하는 역할을 요구받는다. 주요 기업의 핵심 인재나 임원 교육은 강사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서로 간의 활발한 대화나 토론을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통찰을 얻게 하는 방식이 많다.
비틀스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국 브랜드로 평가받는 다이슨을 창업한 제임스 다이슨(75)도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5월 개최한 교육 서밋에서 “한 번의 시험으로 16∼18세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교육 제도를 증오했다”며 “정답을 잘 맞히는 교육보다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창의적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론 가장 멍청한(stupid) 질문이 가장 뛰어난(brilliant) 질문이 된다”며 “집단에 똑똑한 사람이 많을 필요는 없지만 천진난만한(naive)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꼭 있어야 한다. 그것 역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발명에 영감을 준 건 세 살짜리 아이의 질문이었다. “사진을 보려면 왜 기다려야 하나요?”라는 딸의 질문에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발명가인 에드윈 랜드는 즉석 카메라를 고안해냈다. 학교와 기업에서 자유롭게 질문하는 이들이 많아지도록 우리 사회가 호기심을 북돋아 줬으면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