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이란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 조직화된 소리라고 기술했다. 그리고 조직된 상호작용의 결과로서 생성된 소리의 유형과 인간 조직의 유형 사이의 관계를 탐구해야 한다. … 만일 그들에게 그러한 공감이 없다면 그들의 음악은 거의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존 블래킹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 중
제국주의 시대 서구의 인류학자들은 식민지를 조사하기 위해 전 세계로 현지 조사를 떠났다. 인류학자들이 최소 몇 년간 현지어를 배우고, 그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조사한 내용은 제국 경영의 훌륭한 자료로 쓰일 터였다.
제국주의는 인류학자들이 가져온 결과물을 제국(근대) 문화의 우수성과 식민지의 원시성, 야만성, 후진성을 드러내는 증거로 삼고자 했다. 그런데 모두는 아니라도 상당수 인류학자가 가지고 온 연구 결과물은 제국주의의 입맛에 맞지 않곤 했다. 근대의 우수성이 아니라 타 문화의 합리성과 효용성, 나아가 근대의 가치와 기준이 보편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곤 했기 때문이다.
음악인류학자 존 블래킹의 ‘인간은 얼마나 음악적인가’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 사회의 음악을 연구한 블래킹은 당대 다수의 생각에 의문을 표했다. 타인과 악기 소리를 맞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성인이 될 수 있는 아프리카 벤다족의 문화가, 소수를 제외하면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영국 런던보다 음악적으로 더 풍부하고 풍성한 사회 아니냐는 거다.
블래킹은 런던과 벤다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이 다르고, 따라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르다면, 사회나 문화 사이에 우열을 나누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블래킹의 책을 읽으며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그 다름 사이를 비교하면서 어느 하나의 가치에만 기대지 않는다면 새로운 상상력을 담은 소통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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