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학기술협력 OECD 36개국 중 16위 그쳐
국제협력, 혁신의 효율성 높이는 데 큰 역할
미중 경쟁 등 격동시대, 정교한 협력전략 필요
최근 과학기술에서 국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팬데믹과 기후변화같이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 갈등같이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쟁적 협력(copetition) 시대에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은 국가 경쟁력 확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 한 과학기술 혁신 역량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의 국제협력 역량은 36개 평가 대상국 중 16위에 그쳤다. 특히 연구원 1000명당 국제공동 특허 수는 줄곧 15위, 16위 수준을 유지하다 2021년 21위까지 떨어졌다. 연구개발 투자액 세계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 세계 2위 수준으로 활발한 혁신 활동을 자랑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혁신 활동은 주로 내부 역량에만 의존하는 모습이다.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은 지역적 제약 없이 우수한 과학기술 역량을 우리나라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다. 실제 국제협력을 통해 발표된 논문의 수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며 국제협력 논문이 다른 논문들에 비해 피인용 횟수가 높아 후속 연구에의 파급효과 또한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기업들은 국제협력을 통해 해외 진출 판로를 개척하고 기술 개발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국제협력은 우리나라와 같이 내부 자원이 제약되어 있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혁신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에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이어졌으며 전략 수립 방법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이루어져 왔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하려는 관점에서 전략이 수립되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에의 집중도가 높았던 우리나라의 국제협력 대상국이 조금은 확대되고 있다.
다만 국제환경과 국가 간 역학관계가 크게 변화하는 현 상황에서는 보다 정교한 국제협력 전략이 요구된다. 미국의 조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한국, 대만, 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맺으려는 동시에 가드레일 조약을 추가하여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공동 연구를 가장 많이 수행하여 기초 분야에 있어서는 상호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편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자 하는 바이든 정부가 탄소 중립을 향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처럼 한 국가를 대상으로도 기초, 산업, 공공 분야별 기술협력 전략이 차별화된다. 이 외에도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기술과 민간 차원에서 협력을 요구하는 기술, 중장기 미래를 위해 협력해야 하는 기술과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기술 등이 구분되어 최적의 협력 파트너 국가와 협력 방식이 결정되어야 한다.
정교한 국제협력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유럽연합(EU)과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는 국제협력 논문을 분석하여 국가별 국제협력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본은 더 나아가 기술 분야별 국제협력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실제 국제협력 논문과 국제 공동 특허는 과학기술 활동을 이해하는 주요한 정보 원천이 될 수 있다. 논문은 기초연구 단계에서, 특허는 상업화 단계에서 국가별 핵심 파트너가 어느 국가인지 알려주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산출하고 있는 기술무역수지와 상품무역수지에 국제협력 현황 지표가 더해진다면 거시적 국제전략 수립의 기초 자료로 유용할 것이다.
세계가 ‘K문화’에 열광하는 지금이야말로, 과학기술 분야 국제협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기회이다. 전략을 넘어 실행 단계에서 국제협력은 결국 상호간의 신뢰와 교류로 실현된다. 교류를 위한 네트워킹의 시작은 대학이다.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제협력 지원 과제를 통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세제 혜택, 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 신뢰 구축과 교류가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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