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기업이 미국과 중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못 받고 있는 반면 미중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무더기로 받아가고 있다. 자국 기업 보호에 팔을 걷어붙인 미중과 달리 한국이 국내 기업을 감안한 통상전략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한국 기업은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길 판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한국 기업이 만든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시 조치는 한국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 여파로 국내 배터리 기업은 중국 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고 일부 기업은 중국에서 완전 철수해야 했다. 미국은 이달 16일부터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1000만 원의 보조금을 주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도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소형 전기차에 보조금을 더 주고 있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불이익을 보는 것과 달리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보조금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부품 원산지도, 산업 기여도도 따지지 않는 국내 보조금 지원 기준 덕에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 판매량은 436대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원래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한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최대 700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까지 받은 결과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올해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를 시행하면서 연간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로 채우도록 했다. 국내 생산시설이 없는 한국GM이나 르노코리아로선 전기차를 수입해서 파는 수밖에 없다. 미중은 전기차 자국 생산을 독려하는데 한국은 반대로 수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각국이 자국 기업 중심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만 형식 논리에 매달려 자국 산업을 궁지로 몰아넣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 기업을 중심에 두고 보조금 정책을 개편해야 한다. 이대로 손놓고 있다가는 한국 기업이 돌이키기 힘든 피해를 입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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