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어 추석 전 새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하기로 했다. 법원이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을 인용한 만큼 당헌을 고쳐 논란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 요구를 뿌리치고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당을 더 이끌기로 했다.
당 대표는 당무를 총괄하는 당내 1인자이자 대외적인 당의 얼굴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넉 달 만에 집권 여당의 얼굴이 이 전 대표에서, 권 대표 직무대행,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권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등 4번째다. 새 비대위원장을 5번째 당의 얼굴로 정한 뒤 전당대회를 열어 대표를 뽑을 예정이라고 하지만 새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지난달 ‘6개월 당원권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의 복귀를 막으려고 비대위를 추진하다가 여당이 이렇게 중심을 잃게 된 것 아닌가.
주 전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 결정은 비대위 체제가 비정상이자 무효라는 것이다. 비대위 체제를 고집하는 것은 사실상 법원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원은 당원과 국민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의 권한이 상실되는 비상 상황을 엄격하게 해석하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거꾸로 비상 상황의 요건을 더 느슨하게 고치려고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무효 직무대행은 당을 운영할 권한이 없다”며 추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칫하면 당 지도부가 또 해체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앞뒤를 돌아봐야 한다. 억지로 비상 상황을 만들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것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내부 총질’ 문자 공개로 당내 분란을 자초하고, 첫 비대위 체제를 승인한 권 원내대표는 당장 사퇴해 당을 정상 상황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내일부터 열린다. 언제까지 국정을 팽개쳐 놓고 집안싸움만 할 것인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