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논란, 시청자가 우선시돼야[기고/최창섭]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1일 03시 00분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최창섭 서강대 명예교수
최근 ‘공영방송 수신료 자율납부’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함께 강제 징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공영방송의 재정 지원을 목적으로 제정된 수신료는 한때 시청자들의 거부 운동 등으로 심한 진통을 겪다가 지금의 강제 징수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공영방송이 그간 수신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추진해 국민들의 일반 정서와 상충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시청자 운동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공영방송은 이런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이 아직 부족해 보인다. 반면 정치권에 수신료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다음 달 3일 제59회 ‘방송의 날’을 앞두고 공영방송 관계자들은 시청자를 얼마나 어떻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 자문하길 바란다. 공영방송은 그간 특히 TV 수신료와 관련해서 시청자 의견에 무관심한 듯한 길을 걸어왔다고 볼 수 있다. 한때는 시청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최근엔 시청자를 제대로, 올바르게 인식하려는 관심도 부족한 것 같다. 시청자의 취향이나 선택과는 거리가 있는 방송콘텐츠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돼 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은 수신료 인상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공영방송은 왜 수신료 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큰지부터 자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공영방송은 시청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과연 시청자란 누구이며,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공식적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시청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다.

자유시민이 자유국가에서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정치권에 예속되게 마련이다. 소비자가 소비행위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때 사이비 상권에 휘말린다. 마찬가지로 시청자가 자신의 권리를 모르고 제대로 행사할 줄 모를 때 방송 환경은 먹구름에 휩싸이게 된다.

지금이라도 방송계가 나서서 시청자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TAT(Television Awareness Training) 수용자 교육’은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 공영방송과 시청자가 함께 미디어교육을 함으로써 서로가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시민단체 미디어연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수용자 제대로 인식하기 주간(Audience Awareness Week)’에 공영방송도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기서 TV 수신료의 자율납부 변경도 함께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공영방송의 본질과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 ‘시청자와 방송인의 연대’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길 권한다. 제대로 된 시청자 교육으로 단단히 무장한 연대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시청자와 방송인은 ‘이해 상충성을 내포한 영원한 상생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방송과 시청자가 더욱 가까워져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방송이 가능할 것이다.

#공영방송 수신료 자율납부#수신료 논란#시청자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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