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한다. 노동쟁의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 법을 민주당은 정기국회 중점 처리안건으로 정했다. 2014년 쌍용차 파업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원을 도우려고 시민단체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보낸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업장 점거 등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 회사가 노조나 조합원에게 배상을 청구하거나 가압류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도입되면 폭력·파괴로 인한 직접적 손해에만 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다. 51일간 파업과 독 점거 농성으로 막대한 피해를 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 노조집행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 같은 일이 불가능해진다.
민주당과 민노총은 “사측이 노동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악용한다”며 법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과 달리 파업기간 중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고, 노조가 수시로 사업장을 무단 점거하는 한국에서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파업에 제동을 거는 사측의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마저도 파업이 끝나면 노조 눈치를 보며 유야무야되는 일이 많다. 민법상 재산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노조만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무법천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대 노조가 주도하는 쟁의는 과격해지고 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공장 진출입로를 막는 바람에 하이트진로는 여름 내내 주류 반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제철 노조는 다른 현대차 계열사만큼 격려금을 달라며 5월 초부터 지금까지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점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 불법쟁의 피해의 책임조차 물을 수 없는 법을 만드는 건 불법파업에 면허를 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조 쪽으로 심하게 기운 노사관계의 균형을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뜨려 한국에서 기업하려는 의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노조의 사업장 불법 점거와 같은 행태가 개선된다는 보장이 있지 않는 한 민주당은 이 법안의 입법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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