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혈세로 갚을 나랏빚만 700조”… 예산심의 구태부터 없애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5일 0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가 내년에 사상 처음 70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빚에 상응하는 자산이 있어서 상환에 어려움이 없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적자성 채무 상환에는 별도의 조세 수입이 필요하다. 정부의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이런 적자성 채무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 2025년에 800조 원을 넘어선다.

전체 나랏빚에서 적자성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만 해도 50% 정도였지만 내년에는 64%에 육박하게 된다. 이런 채무 때문에 국가가 지출해야 하는 이자는 올해 19조 원에서 내년에 23조 원으로 증가한다. 정부는 건전재정에 초점을 두고 내년 예산안을 짰다고 했지만 한번 나빠지기 시작한 국가채무의 질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국회는 예산안을 검증해 재정건전성을 높일 책임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국회가 그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 의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여야는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안에 없던 사업 76개를 끼워 넣었다. 광역도로·광역철도 사업, 경찰서 신축, 지역 의료원 설립 등 다수의 사회간접자본 사업과 지역구 민원 사업이 증액됐다.

정부가 639조 원짜리 내년 예산안을 2일 국회에 제출했다. 원칙적으로 국회는 10∼11월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심사를 거쳐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여야는 정쟁에 빠져 예산안을 뒷전으로 미루다가 마감일에 임박해서야 벼락치기 심사를 했다. 시한에 몰려 법에도 없는 ‘소소위’를 가동해 지역구 예산을 분배하는 예산 거래가 관행화한 지 오래다.

국회가 구태를 반복하거나 나라살림을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나랏빚의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여야는 정부 예산안을 면밀히 검토해 민생 지원과 기업 활력에 필요한 사업을 늘리되 포퓰리즘에 치우친 사업을 삭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재정 상황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예산안 심의에 임해야 한다.


#국민 세금#적자성 국가채무#7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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