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시(習)황제의 중국’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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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후 상대해온 이전 최고 권력자와 달라
권력 더욱 집중 시진핑에 새 대응법 찾아야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다음 달 16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중국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열린다.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당 대회에서는 향후 5년을 이끌 공산당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번 당 대회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장기집권(3연임)을 확정짓는 ‘대관식’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1949년부터 1976년 사망할 때까지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권력을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지며 명목상 최고 지도자도 10년마다 교체하기로 했다. 관례대로라면 2013년 집권한 시 주석은 이번에 교체돼야 한다. 하지만 30여 년간 지켜진 관례는 이번에 깨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15년 집권(2027년까지)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2032년까지 4연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는다. 관례는 처음 깰 때가 제일 어려울 뿐이다. 1953년생인 시 주석이 2032년까지 집권하더라도 79세에 ‘불과’하다. 현재 80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보다 나이가 적다. 미중 갈등 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문제 같은 국제 정세도 힘 있는 1인자의 장기집권을 지원한다. 더구나 시 주석은 기존 직책을 모두 뛰어넘는 ‘인민영수(人民領袖)’라는 새로운 칭호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4연임 이후에도 어떤 형태로든 권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른바 1인 권력이 강화된 ‘시황제의 중국’을 상대할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은 시 주석 집권 1, 2기의 중국을 상대하면서도 미숙함을 많이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해결하겠다며 안보 미래를 희생해 가면서 ‘3불(不)’을 건넸다. 중국은 사드 운용 제한을 뜻하는 ‘1한(限)’까지 한국이 선언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이 얻어낸 것은 없다. ‘한한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가진 패를 너무 일찍 드러낸 ‘조급한 외교’,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 외교’, 막후에서 일을 처리하려는 ‘조용한 외교’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 같은 외교 고질병이 또 도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초 대만을 거쳐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윤석열 대통령은 만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방문한 직후 중국이 대만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강력히 반발한 점을 떠올리면 이는 중국에 대한 엄청난 배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오히려 중국 외교부로부터 공식적으로 3불1한을 준수하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최근 한중 수교 30주년 행사를 치르며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사드 문제가 일단락됐다는 낙관적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중 양국 간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한 사드 문제는 어정쩡한 봉합 상태일 뿐이다. 중국은 언제든 사드 카드를 다시 꺼낼 것이다.

지금보다 더 밀실로 향하게 될 시황제의 중국을 상대하는 한국은 반대로 모든 것이 명료하고 투명해야 한다. 모든 외교적 결정은 국익에 근거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 공개적이어야 한다. 밀실 모의로 조용하게 일 처리 하는 권위주의적 중국 방식을 따라가다가는 또 뒤통수를 맞는다.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고 국민에게 더 공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신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학자 시절 “한중 간 ‘조용한 외교’를 멈출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빈말이 아님을 정부가 보여주길 바란다.

#중국공산당#당 대회#시진핑#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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