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같은 명절이면 천하장사로 모래판을 호령했던 이만기 인제대 교수(59)는 무게 5g인 배드민턴 셔틀콕과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처음 라켓을 잡은 건 씨름 선수였던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대에서 우연히 접했는데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체력에 좋은 운동 같아서 계속 하게 됐죠.” 프로씨름에 뛰어든 뒤 매일 아침 배드민턴으로 몸을 풀며 씨름 기술에도 접목해 효과를 봤다. “배드민턴 스텝이 씨름에서 중요한 체중 이동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꽃가마에도 자주 오를 수 있었어요.”
1990년 은퇴 뒤 동호회 활동을 하며 대회에도 자주 나갔다. 주 4회 이상, 오전 오후로 하다 보면 1주일에 10번을 칠 정도로 몰입했다. 배드민턴 실력은 생활체육 등급 가운데 최고인 ‘전국 A조’다. 2016년부터 경남배드민턴협회 회장까지 맡고 있다.
배드민턴은 대표적인 국민 스포츠다. 지난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등록한 동호인 선수만도 6만 명이 넘는다. 취미 삼아 하는 생활체육 인구도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배드민턴은 지속적인 체력, 빠른 풋워크 등이 필요한 전신운동으로 근육 발달, 유연성 강화 등에 도움이 된다. 다이어트에도 효과적. 이 교수는 113kg 나가던 체중을 88kg까지 뺄 수 있었던 비결로 배드민턴을 꼽았다. 배드민턴이 중년층의 심폐 기능과 혈중 지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전명섭 대한배드민턴협회 의무위원장은 “셔틀콕의 속도감과 파괴적인 타구음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다. 빠른 셔틀콕을 좇으며 자연스럽게 안구 운동도 돼 노안을 더디 오게 한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해서 방심은 금물이다. 강한 스윙 동작으로 어깨나 손목을 다칠 수 있다. 급격한 방향 전환과 점프 동작으로 발목 염좌 및 아킬레스 건염, 무릎 손상을 입기도 한다.
부상 예방에는 충분한 준비 및 정리 운동, 올바른 자세와 기술 구사가 필수다. 자신의 컨디션에 맞춰 운동 강도와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스트레칭은 몸의 측면, 다리 앞쪽, 어깨, 서혜부(사타구니), 발목, 손목 순서로 해주면 좋다. 셔틀콕은 순간 최고 시속 330km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타구나 라켓에 의한 안전사고에도 유의를 당부한다.
꾸준한 배드민턴으로 환갑을 앞두고도 잔병치레 한번 없다는 이 교수는 요즘 워밍업을 20분 늘려 30분 동안 심박수를 올린다. “건강 챙기려 라켓 잡았다가 망가지면 되겠어요. 기술도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스매싱 한 방에 속이 다 후련해지는데 오래 즐겨야죠.”
이 교수는 지난해 ‘친구가 좋다’는 가요를 발표했다. 그에게는 배드민턴도 오랜 친구. 우정도 건강도 노력해야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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