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분규 없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일찌감치 임단협을 타결했다. 4년 연속 무분규 타결로 1987년 노조 설립 후 최장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사도 지난달 말 잠정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임금협상은 합의하고 단협만 남은 기아도 무분규 타결이 점쳐진다. 쌍용차는 올해 임단협이 없어 한국지엠 노조가 진행 중인 잠정합의안 투표만 가결되면 모든 완성차업체가 12년 만에 분규 없이 임단협을 끝내게 된다.
강성 귀족노조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완성차업체 노조가 분규 없이 노사협상을 진행한 데는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중고’ 위기 속에서 회사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작용했다고 한다. 코로나19와 미중 신냉전의 여파로 철강 가격이 치솟고, 반도체 등 공급난까지 겹친 상황에서 해외 경쟁업체보다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컸다는 것이다.
통상 3분기는 노동계 ‘하투’로 인해 생산 차질이 가장 많은 시기다. 하지만 분규가 없는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달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1년 전보다 11.6% 늘어난 33만5000대, 기아도 10.4% 늘어난 24만 대를 팔았다.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도 판매량이 31.4%, 9.6% 급증했다. 실적 개선은 보상으로 이어져 노사 분규 가능성을 더 낮췄다.
전동화(電動化)의 급격한 진행으로 자동차산업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내연기관차 시대가 빠르게 막을 내리면서 세계 각국은 ‘자국 보호주의’에 기초한 새 전략을 짜고 있다. 미국에서 조립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줘 한국 전기차가 불이익을 받게 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신호탄일 뿐이다. 후발국에서 출발해 정상권에 막 진입한 한국 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변화다.
부품과 생산 과정이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줄어드는 전기차 시대에는 노동력도 적게 필요하다. 인력 감축에 대한 노동자, 노조의 두려움이 큰 건 당연하다. 경쟁력 높은 차를 개발해 감소하는 노동 수요 이상으로 생산, 판매를 늘리는 게 노사 갈등을 줄이고 지속 성장을 꾀하는 길이다. 완성차업계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우리 자동차산업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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