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 돌고 돌아 정진석 비대위, 혼란 끝낼 정치력 보여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9일 00시 00분


국민의힘이 어제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정진석 의원을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 법원의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 결정 후 13일 만에 새 비대위가 들어서게 됐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사퇴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새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또 가처분을 신청했다. ‘정진석 비대위’ 체제를 두고도 법적 다툼이 반복될 전망이다.

당내 최다선(5선)으로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당초 “비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돼 온 인사들이 잇달아 고사 의사를 밝히자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고 한다. 전례가 없지는 않지만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부의장이 집권 여당의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상식에 맞는다고 볼 수는 없다. 국회의장이 없을 때 자리를 대신하는 등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동년배 친구 사이로도 알려져 있다. 친윤 의원들의 좌장 격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정 의원은 스스로 표현한 대로 독배를 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새 정부 출범 후 넉 달 동안 보여준 국민의힘 내홍은 되짚어보기도 지겨울 정도다. 이 전 대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시바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조롱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당헌을 개정해 ‘비상상황’의 요건을 구체화하긴 했지만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도 없다. 대체 언제까지 이런 지긋지긋한 분란을 이어갈 건가.

정 의원은 “당 내분과 분열을 지우개로 지워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또 “친윤이니 무슨 윤핵관이니 하는 건 참 고약한 프레임”이라며 “윤핵관이라는 말 제발 그만 써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다. 새 정부 신주류의 과욕 탓이다. 당은 어떻게 되든 끝까지 사법부 판단에만 기대려는 이 전 대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저 중립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비대위를 꾸려 수습의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랄 뿐이다.
#국민의힘#비대위#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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