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경고했다. 상품 수출입만 따지는 무역수지와 달리 경상수지는 외국과 오간 상품, 서비스 거래의 총체적 결과다. 원유,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무역수지는 5개월째 적자이지만 금융소득, 서비스 거래까지 포함한 경상수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오다 위기가 닥쳤다. 일주일 전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경상수지는 3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전망하고 있다.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벌써 빨간불이 들어왔다.
7월 경상수지 흑자는 이미 1년 전보다 85% 줄었다. 다른 부문에서 상쇄하기 어려울 만큼 무역 손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8월 무역적자는 94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다. 반도체 경기가 얼어붙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세도 꺾여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해외에서 받는 배당·이자는 세계 증시 침체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고 있고, 조만간 해외여행이 본격화하면 여행수지도 만성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경상수지는 나라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바로미터 중 하나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동시 적자를 ‘쌍둥이 적자’라고 부르며 경계하는 이유다. 국가채무 1000조 원을 넘긴 한국이 경상수지에서도 적자를 내면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엔, 위안, 유로보다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건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킹 달러 현상’과 한국 경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겹친 결과다.
문제는 교역의 4분의 1, 무역흑자의 80%를 차지하던 중국과의 관계를 비롯해 우리 경제가 돈을 벌어온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 반도체를 제외하고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다른 부문에서 중국과의 격차가 좁혀졌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는 한국이 생산량을 늘릴수록 중국산 원자재 수입을 크게 확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유가, 원자재값만 내리면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르고, 유가 등이 정상화돼도 한 번 굳어진 적자 구도가 원상 복구되긴 어렵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기 전에 수출품목 고부가가치화, 서비스산업 고도화, 교역국 다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수익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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