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아파트 9년 만에 최대 하락, 이젠 경착륙도 대비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3일 00시 00분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9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내림세도 15주 연속 계속됐다. 수도권 아파트 값 역시 10년 만에 가장 많이 내렸다. 전국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보다 0.16% 하락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보였다.

최근의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 하락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다. 집값이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까지 커지자 집을 사거나 이사하려는 수요가 얼어붙으며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떨어졌다는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기다리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만 보더라도 아직 10억 원이 넘는다.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코로나19 이후 풀린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거품이 낀 게 사실이다. 미국 집값이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최근의 집값 하락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값이 일시에 너무 급격한 수준으로 떨어지면 국가경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43개국 중 코로나19 발생 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나라다. 많은 부분이 주택 구매에 쓰인 만큼 집값이 하락할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금융권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셋값보다 집값이 빨리 하락하면서 ‘깡통주택’이 늘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도 늘어나고 있다.

1년 전의 9분의 1로 줄어든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가파른 부동산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경고음이다. 대출이자 부담에 짓눌린 가구가 늘어나면 침체된 소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부터 부동산 시장 경착륙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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