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사범 1987년 이후 최다… 무분별한 고소·고발 사라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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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대검찰청은 올 3월 실시된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공소시효 만료일인 9일까지 총 200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이 중 609명을 기소했다고 어제 밝혔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도 각각 2명씩 기소됐다. 5년 전 대선보다 입건자가 2.2배로 늘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선거사범이 가장 많은 대선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고소·고발이 5년 전 429명에서 올해 대선에서는 1313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흑색선전 입건자가 5배로 폭증했다. 5년 전에는 입건자의 60% 정도가 기소됐는데, 이번에는 입건 대비 기소 비율이 그 절반 수준인 30%로 떨어졌다. 대선 기간에 주요 후보자들을 상대로 근거 없는 네거티브가 넘쳐났고, 그 여파로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남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깨끗하고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1994년 각종 선거법을 단일 공직선거법으로 통합했다. 이후 올해까지 매년 평균 3차례 이상 95번이나 선거법이 바뀌었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선거문화를 바꾸는 긍정적인 점도 있었지만 너무 까다롭고 비현실적인 조항으로 선거사범을 양산한다는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주요 선거가 끝나면 재판을 받게 된 피고인들이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고, 국회가 선거법을 뜯어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선거운동 기간에 아버지조차 후보자의 이름과 정당이 표시된 옷을 입지 못하게 하는 내용 등 몇몇 조항을 헌재가 최근 위헌 결정했다. 검찰이 입건은 했지만 기소는 어려운 허수가 다수 발생한 셈이다.

민주화 이후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던 올해 대선은 선거사범이 가장 많은 대선이라는 오명까지 안게 됐다. 선거법으로 고소·고발되면 공소시효 6개월 안에 정치인과 유권자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공권력 남용을 유발할 수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수사기관으로 가져가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유권자의 선택을 가로막는 선거법 독소 조항을 이참에 정치권이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다.
#대선 사범#고소·고발#선거법#비호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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