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부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 기조연설, 캐나다 방문 등을 위한 5박 7일 일정의 순방 외교에 나선다. 6월 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이후 두 번째 해외 순방이자 다자외교무대 참석이다. 장례식장과 유엔총회장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세계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국제적 연대를 과시하고 한국의 위상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윤 대통령이 방문하는 3개국이 모두 6·25전쟁에 참전한 동맹이자 우방이라는 점에서 이번 순방은 갈수록 격화되는 신냉전 대결 기류 속에서 한국이 지향하는 외교적 좌표를 거듭 분명히 하는 행보가 될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그런 가치외교의 지향점을 확고히 보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만들어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한 외교적 과제가 윤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다. 변화의 물결에 민첩하게 올라타는 유연한 경제안보 외교로 국익을 지켜내는 일이다. 이번 순방에서도 미국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정상 차원에서 해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캐나다 방문에선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논의를 통해 중국 의존 탈피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경제가 곧 안보인 시대다. 더욱이 미중 전략경쟁이 가팔라지고 유럽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가치와 이익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국익이 충돌하는 구체적 사안에서 그런 실용외교가 결코 쉽지는 않다. 동맹의 애꿎은 희생을 부른 미국의 자국산 우대 입법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그것은 미국에만 국한되지도 않을 것이다.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삼되 국익을 철저히 지켜내는 진짜 외교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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