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박물관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7월 베이징에서 개막한 고대 청동기 유물전시회의 한국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시된 연표에는 고조선부터 신라 백제 가야 통일신라 고려 조선 순으로 연대를 표시했지만, 고구려·발해는 빠졌다. 그 아래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이라고 표기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3일 “우리가 제공한 자료를 중국 측이 임의로 편집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이 우리가 준 자료를 제멋대로 왜곡해놓고 버젓이 ‘한국 제공’이라며 전시한 것은 기본적인 국가 간 신뢰마저 저버린 망동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오래전부터 고구려와 발해를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자국 역사에 편입하기 위해 추진해온 ‘동북공정(東北工程)’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런 왜곡된 역사인식은 그 최고지도자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국은 역사상 중국의 일부였다”라고 했다는 망언에서도 진작 드러난 바 있다.
중국은 2002년부터 고구려·발해 등 동북지방의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규정하는 역사 왜곡을 진행해 한중 간 역사 갈등을 빚었다. 이번 한국사 연표 조작은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이미 편입한 결과인 셈이다. 옌볜 조선족자치주에 있는 조선족박물관조차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을 고구려 유민이 아니라 ‘말갈 수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역사 왜곡은 김치와 한복마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문화공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오만한 역사·문화 패권주의는 갈수록 높아가는 대외적 팽창주의와 대내적 애국주의 열기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고구려 문제는 하나의 학술 문제”라며 우리 측의 문제 제기를 ‘정치적 이슈화’라고 치부하는 분위기다. 연표를 수정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유아무야 넘어간다면 ‘중국몽’에 한껏 취한 중국은 앞으로 더한 왜곡과 조작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단호한 대응으로 중국 측의 시정과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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