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33일 만에 임명된 檢 총장, ‘중립’과 ‘공정’ 책임 무겁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7일 0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어제 취임했다. 이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5월 6일 김오수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133일 만이다.

총장이 없는 동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핵심 요직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 총장이 그동안 대검 차장 겸 총장 직무대리를 맡긴 했지만, 직무대리 신분으로 인사에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 총장이 ‘식물총장’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대검 차장 등 공석인 고검장급 인사부터 본인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조직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명분은 이 총장이 윤 대통령과 가까워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이 총장은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러본 적 없다”며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부인했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1부장으로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춘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를 놓고 ‘야당 탄압’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서 이 총장의 어깨가 무겁다. 검찰은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본격 수사하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반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주범들은 지난해 말 기소됐지만 연루 의혹이 제기된 김 여사는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한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훨씬 많을 만큼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지 않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소신을 실천으로 입증해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이 이 총장에게 있다.
#이원석#검찰총장#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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