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어제 취임했다. 이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5월 6일 김오수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133일 만이다.
총장이 없는 동안 한동훈 법무부 장관 주도로 검찰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핵심 요직은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로 채워졌다. 이 총장이 그동안 대검 차장 겸 총장 직무대리를 맡긴 했지만, 직무대리 신분으로 인사에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이 총장이 ‘식물총장’ 우려에서 벗어나려면 대검 차장 등 공석인 고검장급 인사부터 본인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고 조직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명분은 이 총장이 윤 대통령과 가까워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이 총장은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러본 적 없다”며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부인했지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1부장으로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춘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검찰의 수사를 놓고 ‘야당 탄압’ 논란이 벌어지고 있어서 이 총장의 어깨가 무겁다. 검찰은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데 이어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본격 수사하고 있다. 부인 김혜경 씨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 등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반면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검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경우 주범들은 지난해 말 기소됐지만 연루 의혹이 제기된 김 여사는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관련 사건들에 대한 특검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훨씬 많을 만큼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높지 않다. 이 총장은 취임사에서 “법 집행에는 예외도, 혜택도, 성역도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소신을 실천으로 입증해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책임이 이 총장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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