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영빈관 성격의 접견 시설 신축을 추진하려다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철회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유재산관리기금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외빈 접견 등을 위한 부속시설 신축에 총 878억6300만 원의 사업비가 편성됐다. 사업 시행 주체는 대통령비서실이며, 사업 기간은 2023∼2024년으로 2년이다. 장소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으로 돼 있다. 내년에만 497억4600만 원이 책정됐다. 예비타당성조사는 공공청사 신·증축 사업은 제외하는 현행법에 따라 면제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 대통령실 이전 방침을 밝히며 “청와대 영빈관이나 본관을 국빈 만찬 같은 행사를 할 때 쓸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고 했었다. 취임식 만찬은 신라호텔에서 열었고,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때 한미 정상의 공식 만찬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했다. 그러더니 아예 영빈관을 새로 짓겠다고 했던 것이다. 국민들로선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초 대통령실이 책정한 집무실 이전 비용은 496억 원이었다. 경찰 경호부대 이전 비용 등 307억8500만 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이전 관련 비용은 점점 늘고 있다. 영빈관 신축 사업비는 집무실 이전 비용을 훌쩍 넘는 규모이니 당연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큰 사업을 추진하면서 왜 사전 공론화도 없이 기재부 예산에 먼저 반영부터 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 추진 이유로 “내외빈 행사를 국방컨벤션센터 등에서 열었으나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영빈관을 활용할 경우 완전 개방된 청와대를 부분 통제해야 하는 모순도 발생한다고 했다. 경호 문제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새 영빈관이 꼭 필요한 건지, 부분 통제를 하더라도 옛 영빈관을 쓰면 안 되는 건지에 대한 공개 논의를 먼저 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영빈관 신축을 철회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다만 영빈관 신축을 누가 이토록 어설프게 추진하려 했는지 경위를 밝히고 그에 합당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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