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400원도 위험한 환율…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9일 00시 00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한국을 찾아 반도체 공급망, 북핵, 중국 견제 등에 관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한국을 찾아 반도체 공급망, 북핵, 중국 견제 등에 관한 양국 협력을 강조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원-달러 환율 1400원 선이 위협받으면서 외환당국이 다급해졌다. 지난주 정부는 강한 구두 개입에 나서는 한편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방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한 달러 때문에 나타난 세계적 현상”이라며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던 몇 주 전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저희도 이런 현상을 넋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추경호 부총리의 발언에서 바뀐 분위기가 감지된다. 환율 급등의 부작용이 수입물가 상승, 무역적자 확대로 번지자 대응 강도를 높인 것이다. 그래도 외환시장에서는 1400원 선이 조만간 깨지고 14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주 대통령실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환율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한 자연스러운 논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를 빌려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상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맺은 한미 통화스와프는 작년 말 종료됐다. 환율 불안이 커지자 미국 측의 무관심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게 평가돼온 통화스와프에 정부가 다시 시동을 건 것이다.

더욱이 이번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0.75%포인트 ‘자이언트스텝’ 또는 1.0%포인트 ‘울트라스텝’으로 2.25∼2.5%인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2.5%인 한국보다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킹 달러’ 현상이 심화해 외국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기회를 노린 환투기 세력이 끼어들어 환율 상승을 가속화할 우려도 있다.

통화스와프의 주체는 중앙은행이어서 이번 주 정상회담에서 결론이 바로 나오기는 어렵다. 하지만 두 정상이 실질적 외환 협력에 합의만 해도 고삐 풀린 환율의 진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 정상은 5월에 만났을 때 양국 관계를 군사·안보 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한층 업그레이드하기로 합의했다. 지금 한국은 미국의 긴축으로 촉발된 달러 강세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 동맹의 공고한 발전을 위해서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미국 측에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두 정상의 만남이 빈손으로 끝날 경우 외환시장에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원-달러 환율#1400원 선#한미 통화스와프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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