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주의와 고령화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적했다. OECD는 어제 내놓은 ‘2022 한국 경제 보고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중구조가 심해지면서 명문대 진학에 집착하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랏빚이 빠른 속도로 느는 가운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결과 현재의 연금 수준으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고도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문제는 생산성이 낮은 중소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OECD는 분석했다.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대기업과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그 결과 임금, 복지 측면에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성공을 보장하는 열쇠라는 ‘황금 티켓 신드롬(golden ticket syndrome)’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학벌지상주의 때문에 구직활동을 하지도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으며 시간을 보내는 니트족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문제로 국민연금 지출이 급증하지만 정작 수령 액수는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점도 OECD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다. 현재 한국의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2세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05년 165만 명에서 2020년 539만 명으로 급증한 상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에 140%를 넘어설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OECD의 예상이다.
정부는 OECD의 이런 지적이 한국이 추진해온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OECD는 문제의 해법으로 연공보다 능력에 기반한 임금체계 개편,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대학 정원의 유연성 제고라는 정책 제안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실제 도입을 추진 중인 정책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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