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어제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주기로 했다. 인천과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이들 해제 지역에서는 26일부터 청약, 대출, 세금 관련 규제가 종전보다 완화된다.
그동안 지방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규제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최근 가격 하락세와 거래절벽 현상을 감안할 때 지방의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예견된 측면이 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한 일부 지역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정부는 세종시와 인천 일대를 투기과열지구에서 빼는 대신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유지해 전면 해제에 따른 우려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 해제만으로도 15억 원 초과 주택 담보대출, 청약 재당첨, 재건축 조합원 관련 규제가 대거 풀린다. 주춤해진 투기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작지 않다.
이번에 규제에서 풀린 지역 대부분은 최근 몇 년 동안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리면서 집값이 많이 오른 곳들이다.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시가격 3억 원 이하인 지방주택을 2채 이상 구입한 사람만 8만 명에 이른다. 수도권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전세를 낀 갭투자가 지방으로 퍼진 상태다. 외국인의 투기성 매매로 시장이 혼탁해진 지역도 적지 않다.
현행 부동산 규제는 기본적으로 집값과 물가 수준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과도하지 않을 경우 해제 후보가 되는 것이다. 과거 집값이 이미 오를 대로 올랐고 최근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상황에서 몇 개월 치 집값 추이를 토대로 규제를 푸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물가가 급등하는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가 너무 빠른 속도로 풀리면 투기세력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모처럼의 가격 안정 기조가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 당국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되 투기에 대한 감시는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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