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19일 한미연구소 화상대담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군 지원에 관한 한국군 지도부와의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어떤 일이든 사령관과 지도자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한다. 진행되는 논의가 있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이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대만해협의 전쟁 발발을 가정한 주한미군과 한국의 역할을 놓고 동맹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러캐머라 사령관 발언은 군사동맹의 범위와 주한미군의 역할에 관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대만 방어를 다짐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 간 긴장이 팽팽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다. 이런 민감성을 의식한 듯 주한미군사령부 측도 “주한미군 차원의 대응이 아닌, 미국 정부와 국방부의 대만 정책 기조를 밝힌 것”이라며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그동안에도 한미동맹이 북한에 대한 억제를 넘어 중국 러시아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로선 일종의 희망사항을 피력한 것일 수 있지만 한미 연합작전을 책임지는 사령관으로서 적절한 언사라고 보기 어렵다. 주변국과의 갈등을 염려하는 동맹국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사시 주한미군 차출이 낳을 대북 억제력 공백, 한국의 직간접적 개입에 따른 중국의 보복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발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한미가 지향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안보동맹 차원을 넘어 경제안보와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모색하지만, 군사동맹의 작전범위를 확대하는 문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포위, 나아가 미중 분쟁에까지 끼어드는 사태는 한국이 경계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렇다고 대만해협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마냥 뒷짐 진 채 있을 수는 없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이 미국의 우선적 필요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동맹 차원의 긴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설령 한국의 처지를 매우 곤란하게 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 해도 그것은 한미 간 협의와 동의의 결과로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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