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기업 빚 사상 최대… 부실 ‘폭탄 돌리기’ 더는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4일 00시 00분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24/사진공동취재단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7.24/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가계와 기업이 올해 6월 말 현재 지고 있는 빚의 합계가 4345조 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2배나 되는 규모다. 빚만 많은 게 아니라 금리 인상의 여파로 이자 부담까지 급속히 불어나고 있다.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금융시스템 부실로 번져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폭탄이다.

6월 말 가계부채는 186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3.2% 증가했고, 기업부채는 2476조 원으로 10.8% 늘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원자재값, 인건비, 전기요금 등 생산비용이 모두 오른 탓에 기업부채 증가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금리가 더 인상되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1년 만에 15.8% 급증한 994조2000억 원의 자영업자 대출은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렸지만 고금리 충격이 새롭게 닥쳤다. 정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계속 연장하는 바람에 아직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속으로 깊이 곪아가고 있다. 청년층의 과도한 빚도 사회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빚을 내 투자했다가 주식,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해 손해를 본 청년들이 갑자기 회사, 학교에 안 나오고 주변과 연락도 두절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금리 인상은 최소한 내년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는 더 길게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발생 후 2년 반 넘게 쌓인 가계와 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영업자 등에게 대출만기는 3년, 원리금 상환유예는 1년 더 일괄해 늘려 주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정상 기업에 투입돼야 할 자원이 회생 가능성 없는 좀비 기업에 쓰여 금융 부실만 커지게 된다. 서민, 청년 등 취약 계층을 위한 부채 조정 프로그램들을 조속히 시행하되, 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부채는 금융회사가 재량권을 갖고 옥석을 가려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폭탄 돌리기 하듯 부실기업 대출을 연장해 주는 건 자제해야 한다.
#가계#기업#빚#사상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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