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개량형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6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을 무더기 발사한 지 113일 만이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5번째 미사일 발사다. 평안북도 태천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변칙 기동을 하며 마하 5의 속도로 600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낙하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이 참여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핵·미사일 위협으로 대규모 해상 연합훈련을 사실상 자초해 놓고는 이를 빌미로 보란 듯이 반발성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7차 핵실험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 연쇄적 추가 도발에 나설 징후도 포착된 상태다.
핵을 국체(國體)로 천명하고 핵 공격을 법제화한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개발을 본격화하는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전술핵을 탑재할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와 병행되는 것은 사정거리에 들어가는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라며 이에 대응할 미국 및 우방국들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가 무력화돼 중국, 러시아가 포함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불가능해진 현실을 감안한 차선책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독자 제재만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이 더 요구되는 이유다.
한미 군 당국은 29일까지 사흘간의 연합훈련을 통해 빈틈없는 대북 대응태세를 보여줘야 한다. 고위 당국자들의 말대로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역량을 최대치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도발을 지속한다면 감당 못 할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하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다. 느슨해진 듯한 대통령실의 대북 인식도 다시 다잡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도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장과 1차장이 모두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해 국내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초래하는 상황이 되풀이돼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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