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7월 헌혈자 1만3000여 명의 혈액을 검사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코로나 항체를 갖고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의 73.4%가 감염을 통해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런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8.8%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영국 인구를 감안하면 2600만 명 이상이 코로나에 걸리고도 제대로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보다는 적지만 한국에서도 미확진 감염자가 1000만 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0년 9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인의 항체양성률은 0.07%에 불과했다. 1만 명 중 7명만 코로나 항체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국립보건연구원의 23일 발표를 보면 항체양성률은 97%를 넘었다. 약 2년 동안 항체를 가진 사람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항체가 있다고 해서 감염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낮추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오늘부터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는 등 코로나 출구 전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경계해야 할 대목도 눈에 띈다. ‘숨은 감염자’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감염에 의해 항체를 갖게 된 사람의 비율은 57.65%였다. 그런데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전체 국민의 38.15%다. 그 차이인 19.5%포인트는 실제로는 감염됐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들이다. 증상이 없거나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확인되지 않아 넘어간 경우는 어쩔 수 없더라도 확진자가 되는 것을 피하려고 일부러 검사를 받지 않는 것은 문제다.
▷한국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100명 중 12명은 한 번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 변이가 거듭되면서 코로나에 한 번 걸렸어도 다시 감염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격리되지 않은 채 활동하는 감염자가 많아지면 확진자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근 1주일 평균 인구 100만 명당 신규 확진자 수를 보면 한국이 대만, 브루나이, 슬로베니아 등에 이어 8번째로 많다는 점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오미크론이 초기 코로나에 비해 덜 독한 것은 사실이다. 2020년 초 코로나 1차 유행 당시 2.1%에 이르렀던 치명률이 올여름 6차 유행에서는 0.05%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언제라도 새 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보건당국은 겨울 재유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면 쉬고 밀집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쓴다는 기본 방역마저 손을 놓기에는 이르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때 우리나라만 뒤처지는 일은 없어야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