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연일 환율이 치솟으면서 국가 경제에 큰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새로운 지도부를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 모두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은 상태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당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들은 19일 여당과 야당의 내홍 사태, 미국발 경제 쇼크, 폭우와 태풍 재해 보도 등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먼저 국민의힘 내홍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출에 대한 보도에 관해 의견을 나누겠습니다.
성태윤 위원=정치권 다툼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갈등과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수용과 추종 가운데 건전한 비판이 실종되고 있는 한국 정치를 냉철하게 짚어 주면 좋겠습니다. 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투쟁이 아닌 합리적인 규칙 안에서 토론하고 논쟁하는 식으로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는 것을 제언하는 시리즈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은경 위원=8월 25일자 A6면 <민주당, ‘이재명 방탄 논란’ 당헌 부결… 지도부는 “재상정”>, 26일자 A4면 <‘이재명 방탄’ 재의결, 오늘 중앙위 투표… 非明 “지도부 월권”> 등의 기사에서 민주당 당헌 80조 개정 논란을 다뤘는데, 대부분 당내 친명과 비명 그룹의 입장만 대비해서 보도했습니다. 논란이 된 이른바 ‘셀프 구제’는 법규의 기본인 공정에 관한 문제이므로 국민 여론이나 법률 전문가 입장도 함께 보도하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개인 입장을 별도로 기사화한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을 일일이 지면에 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정당이 위기 상황인지 아닌지 법원이 실체적 판단을 했는데, 이 같은 정치의 사법화와 사법 적극주의의 문제를 진단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 위원장=정치의 사법화와 관련해 지난 50년간 미국 대법원에서 많은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를 소개해서 어떤 경우 사법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 좋고 어떤 경우는 안 되는지 독자와 정치권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9월 5일자 A5면 <野 오늘 긴급 의총 “이재명 檢출석 통보는 尹의 전면전 선포”> 기사는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창피 주기 위해 검찰을 시켜서 출석 통보하게 했다는 야당의 주장대로 기사가 작성됐는데, 독자들이 중립적으로 볼 수 있도록 이는 당연한 사법 절차를 집행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실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 지난 정부에서 무혐의 결정이 난 성남FC 의혹 사건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다시 송치한 것이 정치 탄압이라는 야당 주장과 관련해 무혐의 당시 검경의 부실수사를 심층 취재해 질책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은봉 위원=7월 21일자 A18면 <글로벌 데이터 뉴스>에서 177개국의 자유민주주의 지수를 보도했는데 한국이 0.789로 일본보다 높았습니다. 국회는 공전하고 있고 정치권은 반목하고 있는데 객관적인 민주주의 질서, 언론의 자유 등에 대한 지수는 높게 나온 미스매치에 대해 현재 정치권 상황과 접목한 부연 설명이나 분석이 없었던 점은 아쉬웠습니다.
류재천 위원=미국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계속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그렇게 할 수 없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 13일자 A1면 <“바이든, 바이오도 ‘美서 생산’ 행정명령 서명”> 기사 내용은 미국의 과욕으로 보입니다. 바이오 산업에서 과연 이렇게 할 수 있는 건지 실현 가능성을 짚어 보는 보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최 위원=8월 23일자 A1, 3면 ‘고용 있는 침체’를 다룬 구인난 기사를 재밌게 봤습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MZ세대의 직업관도 더 심도 있게 다뤘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 위원=환율과 금리 등 경제 기사는 구체적이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8월 29일자 사설 <美 연준 “고통 있어도 긴축”…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쓴잔’>은 한국은행의 성급한 낙관론을 잘 지적했습니다. 앞으로 어떠할 거라는 전망 기사보다 위기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냉철한 대응책을 촉구하는 기사가 필요합니다.
성 위원=9월 5일자 A8면 <文정부 ‘뉴딜펀드’ 정권 바뀌니 찬밥신세… 수익률 ―22% 급락> 기사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관제 형태로 만든 펀드들이 실제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줬습니다. 8월 24일자 A3면 <브레이크 없는 환율…당국 “투기요인 점검” 경고도 안 먹혀> 기사도 투기 요인을 억제한다고 현재의 환율 상승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통화당국이 계속 괜찮다고 하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입니다. 더 자세히 다뤘으면 좋겠습니다.
최 위원=9월 9일자 3면 <재난안전硏, 작년 ‘지하대피 매뉴얼’ 제안…1년5개월째 반영 안돼> 기사는 태풍 힌남노 피해가 자연재해라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지만 인재라는 평가가 틀린 것도 아니라는 점을 잘 지적했습니다. 9월 13일자 A12면 <방진마스크 쓰고 삽질, 30분만에 숨이 턱…“피해복구 끝이 안보여”> 기사는 기자가 직접 수해 피해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떻게 복구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잘 설명했습니다.
류 위원=9월 8일자 A3면 <포항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원인과 전문가 제언> <일본의 방재 매뉴얼> 그래픽은 한눈에 정보를 알 수 있어 좋았습니다.
성 위원=수해 피해와 관련해 매뉴얼 문제라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물론 매뉴얼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아파트 경비원 등이 매뉴얼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일본에서도 원전 사고 때 매뉴얼을 충분히 적용하지 못한 이유가 사람이 그것을 완전히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설 구조와 점검 문제를 강조하는 보도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위원=8월 12일자 A4면 <“맨홀 추락 막을 그물 설치…저지대 건물-역에 차수판 의무화를”> 기사는 구체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돋보였고, 서울시가 맨홀 그물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시행 여부까지 보도해 좋았습니다. 물난리 당일인 8월 8일자에는 ‘수도권 최대 300mm 폭우’를 예보하는 기사가 A14면에 작게 실렸는데 이처럼 굉장한 게 온다면 더 비중 있게 경고하는 게 좋았을 것입니다.
류 위원=순직 소방관 유족을 다룬 8월 8일자 A1면 <산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시리즈 기사는 제복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계기를 마련해 줘서 좋았습니다.
이 위원=<산화…> 시리즈는 슬픔과 연민을 공유하기 꺼리고 희생에 대한 추모가 부족한 현실의 안타까움을 잘 드러냈습니다. 저는 <뉴컨슈머가 온다> 시리즈도 재밌고 유익하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MZ세대라고 다 똑같지는 않은데 너무 유형화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 위원=8월 22일자 <한중 수교 30년 대중 인식 조사> 기사는 완성도도 높았고 젊은 세대를 직접 인터뷰해 정서, 감정, 선호 등을 조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 수를 감안했을 때 이들의 생각을 전체 MZ세대의 생각으로 일반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성 위원=MZ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는 것처럼 독자들이 느끼도록 보도한 점도 아쉬웠습니다. MZ세대만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다른 세대와 비교해서 호감도 차이가 있었는지 보여줬어야 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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