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마지막 대반격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핵 위협과 30만 동원령이라는 상당히 센 카드를 내놓았다. 러시아는 현 점령지에서 러시아 편입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본토가 침략당하면 핵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해 왔다. 투표를 거쳐 이곳이 러시아 영토라고 선언하는 순간, 핵 사용의 명분을 얻게 된다.
전쟁 시작부터 러시아는 전쟁 수행에 필요한 병력을 오판했다. 그럼에도 동원령은 자제해왔다. 동원령은 푸틴의 지지율을 급락시킬 수 있다. 통계상으로 잡히지 않아도, 전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희생자가 증가할수록 러시아 국민의 불만과 독재자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 갈 것이다.
30만 동원령을 내려도 러시아가 실제 전장에 투입할 병력은 얼마나 될까? 병력 수를 늘릴수록 이미 한계에 달한 장비와 화력, 군수 지원은 열악해지고, 스탈린식 전쟁을 닮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동원령은 푸틴에겐 나락으로 떨어지는 입구이며, 푸틴이 동원령까지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동원령이 떨어졌다. 어쩌면 푸틴이 원하는 것은 ‘나는 어떤 비합리적 행동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전쟁이란 그 자체가 비합리적 선택이며, 모든 해결책 중에서 최악의 수단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쟁을 수행하는 방법, 과정, 전략·전술은 최대한 합리적이고, 정교한 판단과 방법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피와 생명을 집어삼키는 전쟁은 결국은 분노와 불안에 잠식당하게 되고, 전쟁의 수행 방식조차 이성의 끈을 놓게 된다. ‘나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이것이 독재자의 최후의 전술이다. 혹시 계산된 협박이라면 아직 준비가 덜 된 우크라이나군의 성급한 공격을 유도하려는 희망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을 한 번 크게 소모시키고, 더 이상 시간을 끌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협박으로 전쟁 포기를 얻어내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근데 이것이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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