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7시 45분경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피해자들은 택배, 청소, 방재 업무를 담당하던 하도급 업체나 외부 물류업체 소속 직원들이다. 새벽에 출근해 영업을 준비하던 중 변을 당했다.
불이 난 직후 지하 주차장은 연기로 가득 찼고, 새어나온 연기가 건물 밖까지 시커멓게 뒤덮었다. 폐쇄회로(CC)TV와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주차된 1t 화물차 근처에서 불꽃이 치솟은 뒤 20∼30초 만에 연기가 번졌다. 직원들이 대피할 틈도 없이 유독가스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부검 결과 희생자들의 사인은 모두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이 아웃렛은 업체 280여 개가 입점한 대형 쇼핑몰이다. 손님이 있는 시간에 불이 났다면 얼마나 더 큰 피해가 발생했을지 아찔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스프링클러와 제연시설을 비롯한 소방 설비가 규정대로 설치됐고 실제로 작동했는지, 지하 하역장에 종이 상자와 의류 등이 쌓여 있어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소방기본법 시행령에는 종이 등 불길이 빠르게 번지는 특수가연물을 저장·취급할 때 품명별로 구분하고 높이는 10m 이하로 하라는 정도의 규정만 있을 뿐 소방시설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 수많은 손님이 오가는 쇼핑시설 밑에 불에 취약한 물품들을 방치하더라도 이를 막을 근거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앞서 2020년 4월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38명이 사망했고, 지난해 6월에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하는 등 대형 건물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물류센터는 가연성 내장재를 사용하거나 건물 내에 종이와 비닐 등 가연성 포장재가 널려 있는 경우가 많아 불이 쉽게 번진다. 대형 건물에서 화재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연물질부터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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